“수액 및 영양제, 단순 산소공급은
분명 임종시기에 있어서
생명을 연장할 수 있지만
정신을 모으거나,
편안한 상태로 임종을 맞이하는 데
오히려 방해될 수 있어”

지난해 12월 24일 열린 원불교생명윤리연구회 심포지엄에서 김인진 교무가 ‘원불교 교법으로 본 연명의료’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19년 연명의료 내용 개정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는 19세 이상인 사람이 자신의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직접 문서로 작성한 것을 말한다. (연명의료 결정법 제2조 9항) 2019년 3월에 연명의료 내용이 개정됐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항암제 투여, 혈액투석 하는 것 외에도 추가적으로체외생명유지술(ECLS),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의 시술로서 치료 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도 연명의료로 정의했다. 


연명의료 중단에 제외된 사항
(사)원불교 호스피스회는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등록기관으로 2020년 1월 기준으로 약 1,500여 명이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했다. 의향서를 작성한 사람들은 이 의향서가 자신의 임종시기에 품위있는 죽음을 마련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사전연명의료 의향서에서 제시된 중단할 수 있는 항목은 그리 많지 않으며,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사항을 3차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착용 등은 요양병원이나 1·2차 병원, 호스피스 병원에서는 거의 시행하고 있지 않은 항목들이다. 이처럼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는 통상적으로 시행하고 있지 않은 항목들에 대해서 중단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반면 ‘사전연명의료 의향서’에는 임종과정에도 중단할 수 없는 항목들이 다음과 같이 명시돼 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약칭: 연명의료 결정법) 제19조 2항에서 “통증완화를 위한 의료행위와 영양분공급, 물 공급, 산소의 단순공급은 시행하지 아니하거나 중단되어서는 아니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즉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해도 통증조절을 포함한 영양공급, 수분공급, 산소공급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종시기 통증조절에는 다른 이견이 없지만, 통증조절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들로 인해 환자와 보호자 간의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수액 및 영양제, 단순 산소공급은 분명 임종시기에 있어서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정신을 모으거나 신체적 불편으로 편안한 상태로 임종을 맞이하는 데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호스피스 병원인 원병원에서는 영양 공급과 수액공급 거부를 통해 스스로의 임종을 선택하는 환자들이 있다. 환자의 자기결정을 가족들과 의료진이 존중할 뿐이다.

임종시기에는 신체적 변화로 인해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의식의 변화가 일어난다. 이 기간을 길지 않고 짧게 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다만, 자신의 임종시기에 이러한 의료적 처치에 대한 지식이 없어 의료진과 가족에게 맡길 뿐이다.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
현재 ‘연명의료 결정법’에는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에 대해 제한을 두고 있다. 안락사 논란과 죽음에 대한 오용과 남용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치료가능성이 있는 환자에게 의료중단을 하자는 의미가 아닌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제한을 두고 있는 만큼, 임종시기에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이 중요하다. 연명의료 결정법에 중단을 허용하지 않는 이 네 가지 사항은 환자의 죽을 권리를 방해하기도 한다.

임종 시기에 식욕부진과 수분 섭취 감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를 인위적으로 주사를 통해 물과 영양제를 공급하고, 불규칙한 호흡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산소공급을 하여 그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품위있는 죽음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인위적 영양공급(artificial nutrition)은 인위적이라는 말이 있듯이 자연스러움이 아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통증조절은 하되 영양공급과 산소공급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가족들에게 미리 말해 놓는다면 가족간의 갈등상황은 최소화 될 것이다.

임종 시기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은 ‘진정제’의 사용이다. 완화의료 치료를 받는 환자의 20~80%에서 섬망(이유 없이 안절부절 못하거나,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을 함)을 경험하고, 임종 48시간 내에는 90% 이상이 섬망을경험하게 된다. 환자의 섬망증상을 보고 보호자들은 더 힘들어하고 차라리 주무실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결국 임종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나의 죽음은 나의 결정이 아닌 가족, 친지, 도반들의 결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생명윤리적 물음들
의료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생명을 연장했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생명윤리적 물음들이 제기된다. 어떠한 것이 자연스러운 죽음인지, 나의 임종시기에 어떠한 의학적 처치가 이뤄지고 나는 어떤 죽음을 원하는지에 대해 알아 두고 유언할 필요가 있다. 아직 연명의료법이 나에게 죽음에 대한 자율권을 주지 못할뿐더러, 설령 나의 의사를 반영한다고 해도 한국사회에서는 가족에게 나의 죽음에 대한 권한을 의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나의 의사에 반하여 가족이 연명의료를 원하면 의료진은 가족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잘 죽어야 잘 난다’라는 법문에서 볼 수 있듯이 나의 죽음은 오롯이 내가 짊어져야 할 나의 과제이고, 그 누구도 나의 죽음을 대신할 수 없으며, 나 외의 다른 사람들은 나의 죽음에 도움을 줄지언정, 결정권자가 될 수 없다. 임종시기에 조차도 연명의료 중단을 할 수 없는 단순 산소공급, 수액공급, 영양분공급에 대해서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김인진 교무

ㆍ호스피스 전문기관 원병원 원장
ㆍ가톨릭 대학교 생명윤리학 박사
ㆍ원불교 생명윤리연구회 위원장 

[2020년 2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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