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윤 교무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은퇴한 광고 에이전시 대표 해리엇은 화려한 경력을 뒤로 한 채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어느 날 우연히 신문 부고란을 보고 부고 전문기자 앤에게 자신의 사망기사를 의뢰한다. 영화 ‘내가 죽기 전 가장 듣고 싶은 말’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해리엇은 자신의 방식대로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하는 완벽주의적인 성격 때문에 외로운 노년의 삶을 살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죽은 후, 사람들에게 기억될 자신의 마지막 모습도 완벽하기를 원한다. 그녀가 생각하는 완벽한 삶의 조건은 동료들의 인정, 가족의 사랑, 세상에서 소외된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 우연히 그의 삶에 영향을 끼쳐야 하는 것 등이다. 그녀의 실제 삶과는 아주 다르다. 본인이 원하는 부고 기사의 요소를 갖추기 위해 신문기자 앤과 함께 거짓 삶을 연출하는 해리엇의 걸음을 따라가며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죽음을 생각한다.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죽음이 없는, 변함이 없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음도 잘 알고 있다. 죽음이 삶의 끝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작인지 시각에 따라 다르지만 죽음을 생각해 보는 것은 성숙한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다.

대종사는 살아가는 동안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여러 법문에 걸쳐 당부하며, 나이 사십이 넘으면 죽어가는 보따리를 챙기라고도 한다. 사십이라는 나이를 떠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를 성찰하며 내실을 다지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뜻이라 생각된다. 좋은 인연을 많이 만들고, 주변에 공덕을 쌓아 선업을 짓고, 세상에 선한 영향을 미치며, 생사이치에 대한 공부를 끊임없이 해서 자성의 본래 이치를 깨달아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잊지 않으려 한다. 이런 것들에 바탕 해서 지금, 여기 나의 삶을 후회 없이 잘 살아가는 것이 죽음을 위한 최고의 준비가 아닐까.

‘미래의 나’라는 주제 수업에서 학생들은 10년 단위로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토의한다. 따뜻한 엄마, 친구 같은 아내, 공정한 사람, 성공한 사람, 인기 많은 사람, 능력 있는 전문직 여성 등 아이들이 기억되고 싶은 모습은 다양하고 다채롭다. 여러가지 리스트 중 차례대로 버리고 마지막 하나만을 선택하라는 과제를 주면 아이들은 괴로워한다. 도저히 버릴 수 없다고. 정말 그렇다. 쉽게 버릴 수 없는 것들이다. 그래도 버린다. 아이들이 끝내 버리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상상에 맡겨본다. 

영화를 보다 보면 죽음이란 누구든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과정이라, 너무 멀게 생각할 일도 아니고 남의 일로만 생각할 일도 아니며, 특별히 두려워할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주인공 헤리엇은 말한다. 오늘 하루! 좋은 날이 아닌 의미 있는 날을 살아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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