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광 교무

[원불교신문=박도광 교무] 현시대에 겪는 다양한 개인적, 국지적 문제들이 범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인류공동체가 함께 풀어내야 할 과제에 대해 세계보편윤리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특히 종교계는 지구촌의 평화를 위한 보편윤리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 “무엇을 위한 세계보편윤리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왔다. 보편윤리란 보편성을 지녀야 하며, 누구나 지켜야 하는 절대성 내지는 최소한 대다수가 공감하고 지킬 수 있는 틀을 제공해야 한다. 

이에 대해, 대표학자인 한스 큉(Hans Küng)은 1993년 전후로 여러 저서를 발간했고 『세계윤리구상』에서 공동의 가치․규범․태도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을 밝혀 종교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첫째, 세계보편윤리의 핵심내용 가운데 하나는 종교 간의 대화를 통한 평화실현이다. 그는 “종교 간의 대화 없이는 종교 간의 평화는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종교 간의 진정한 대화와 상호 이해가 세계 평화를 이루는 중심이다. ‘평화’라는 이상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과 방법들이 평화적이어야 하며, 배타성과 폭력성이 정당화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둘째, 세계보편윤리는 모든 생명에 대한 존귀함과 자연 경외를 강조한다. 한스 큉은 “우리 지구의 전체 생명, 암석, 물 그리고 원자의 세계를 위한 총체적인 책임 의식을 가지고 행동해야 함”을 강조해 인간의 자유와 함께 자연을 경외하는 새로운 윤리로써 인간의 자기통제도 따라야 한다고 봤다.

이러한 세계보편윤리에 대한 공감이 이뤄져 2000년 9월 원광대학교 국제학술대회에 한스 큉을 기조강연자로 초대했다. 필자는 초대의 편지글을 학교를 대신해 보내면서, 영문판 원불교교전, 정산종사법어, 필자의 저서인 20세기 원불교, 그리고 원불교 관련 논문들을 참고할 수 있도록 우편으로 보냈었다. 

그는 원광대학교 숭산기념관에서 기조강연을 하면서, 원불교의 가르침을 실현하는 원광대학교에서 발표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대종사가 지자본위(智者本位) 원칙에 따라 당시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종류의 사회적, 종교적 차별에 맞서 싸웠으며, 모든 인간의 기본 존엄성에 대해 열정적으로 주창한 내용을 읽게 되었을 때 감동을 받았습니다”라고 했다.

또한 그는 정산종사의 삼동윤리에 대해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 핵심적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소태산의 후임자인 정산종사가 삼동윤리 교리를 발전시킨 것에 대해 더욱 놀랐습니다. 첫 번째 원리인 ‘동원도리(同源道理)’는 공동의 윤리적 가치와 원리에 바탕해 종교 간 대화와 평화를 진작시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원리인 ‘동기연계(同氣連契)’는 모든 인류뿐만 아니라 인간과 관계된 존재들의 근본적 존엄성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오래된 ‘황금률(Golden Rule)’인 ‘당신이 당신에게 원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라’라고 하는 내용과 같습니다.

세 번째 원리인 ‘동척사업(同拓事業)’은 선한 의지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선한 사회를 위해 우리의 전지구의 평화를 위해 협력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세계보편윤리에 대한 추구는 인류의 보편적 윤리를 밝혀 선한 사회를 만들어 가고 전 지구의 평화를 이루자는 것이다. 종교계의 보편윤리가 공감의 메아리로 울려 퍼지고 있다.

/원광대학교

[2020년 2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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