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세진 기자] 지난해 10월 ‘원불교 예비교역자 미래교육혁신포럼’이 개최됐다. 지난달 12일~13일 미래교육혁신포럼에서는 ‘1차 5급교무자격검정고시(고시제도 수정 및 폐지)’개선방안이 논의됐다. 예비교역자 교육혁신에 대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것이다. 교단은 크게 30여 년 동안 예비교역자 교육혁신을 시도해 왔다. 약 10년을 단위로 크게 세 차례의 혁신 시도가 있었고, 지금 네 번째 교육 혁신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지금 행하는 교육혁신의 핵심은 ‘교육의 내실화’다. 지난 30여 년을 통해 반복된 교육혁신이 결과적으로 ‘내실화’에 실패했다는 진단에서 다시 교육혁신에 시동을 건 것이다. 

초창기 교육혁신은 교단적인 관심 속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최근의 경향을 보면 교육혁신은 교육기관 관계자들의 문제로만 취급되고 있는 모양새다. 저명한 역사학자인 카(E.H Carr)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말은 왜 우리가 지나온 예비교역자 교육의 변천사를 살펴봐야 하는지에 대한 그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본지는 교단적으로 예비교역자 교육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어떻게 진행될지 추이를 지켜보면서 ‘예비교역자 교육혁신’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그 첫 번째로 예비교역자 교육혁신 역사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원기63년(1978) 교학대학에서 수업하는 모습.

원기70. 예비교무 교육개혁 최초 시도
예비교무 교육문제가 교단의 화두가 된 것은 원기70년 이후다. 예비교무 교육 혁신은 원기70년 제44회 정기교정위원회에서 ‘예비교무 교육개혁위원회 발족 및 추진’이 의결되고, 원기71년 6월 제108회 임시수위단회에서 ‘원불교 예비교무 교육개혁위원회’규정이 통과되면서 30명을 위원으로 발족한 것이 최초의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개혁위원회는 동년 10월 31일에 첫 회의를 개최했을 뿐, 11월 총회에서 ‘교단 제3대 설계특별위원회’가 구성되고, 이 안에 ‘인재육성·관리분과’가 설치되자 그에 흡수되어 버린다. 

당시 인재육성과 관리의 문제로 제기된 것은 ① 바람직한 교역자상이 정립되지 못하였으며 ② 지원자의 학력 저하 현상이 나타나고 ③ 교역자 자질향상의 교육보다는 양적인 충원에 치우쳐 왔고 ④ 교역자 양성을 위한 교육요원을 정책적으로 양성하지 못했고 ⑤ 교화자 양성을 위주한 교육을 요구하는 일선 교화현장의 요구가 많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기반으로 ‘제3대특위’에서는 인재개발, 인재육성, 인재관리의 세 가지 큰 방향을 제시했다.

먼저 인재개발 측면에서는 ① 학생, 청년회를 통한 발굴, ② 교립학교를 통한 발굴, ③ 일원가정을 통한 발굴, ④인재개발 운동전개, ⑤ 인재 선발과정 정립으로 세부사항을 정했다. 인재육성 측면에서는 ① 교육과정 정비, ② 진급심사제도와 고시제도, ③ 양성기관의 체제 정립, ④ 장학과 근무제도의 개선, ⑤ 전문인재의 양성으로 세부사항을 정했다. 인재관리 측면에서는 ① 교역평가제 도입, ② 재교육체제 정립, ③ 휴양제도 실시 등, 총 13항목의 세부사항을 정했다. 현재 원불교 예비교무 교육에 관련한 인재발굴과 육성의 기본 틀이 ‘제3대특위’의 설계를 통해 구축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기75. 교단에 교육혁신 공식 요구
원기72년(1987) 원광대 원불교학과에 재학 중인 예비교무를 중심으로 ‘교육개혁연구위원회’를 결성해 현재 예비교무 교육을 반성하고 문제점을 파악해 새로운 방향을 추진했다. ‘예비교무 규정(안)’을 제시하는 등 활발한 교육개혁 활동을 전개했다. 교단적으로 구성된 ‘교육개혁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사라진 것에 비해 예비교무가 교육 혁신을 외치고 나오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그러던 원기75년(1990) 8월 20일 학림사 내에서 선·후배 간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영산·익산·동산에서 수학 중이던 예비교무 296명이 ‘원불교 예비교역자 교육개혁 공동위원회’를 결성해 10월 26일 ‘예비교역자 교육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발표한다. 이들의 요구는 ① 교육기관의 위상 정립, ② 교육행정의 일원화, ③ 경제운영의 합리화, ④ 적정수준의 절대평가기준을 적용한 엄정한 신입생 선발의 교단적 용단, ⑤ 전공교수에 의한 심도 있는 교육과 정기훈련 11과목의 체계적 훈련을 위한 교과과정과 교수진 확보였다. 예비교무가 가장 앞서서 교육의 환경적 요인 정비와 교육 내용의 질적 향상을 요구하는 교육 혁신을 교단에 공식 요구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 이후 11월 11일 제3회 교무회의에서는 예비교무 교육의 심각성에 공감하면서 교육개혁 추진에 관한 안건을 다뤘다. 그리고 토론을 통해 ‘교육발전위원회’를 수위단 산하에 설치할 것을 수위단회에 상정하기로 했고, 11월 12일 제8회 정기수위단회에서는 ‘교육발전위원회’를 수위단회 직속기구로 태동키로 결의했다. ‘교발위’는 원기76년(1991) 위원회 개최를 시작으로 약 7개월 동안 활동하면서 3분과 14개 항목의 예비교무 교육 혁신을 위한 종합발전(안)을 완성해 제4회 임시교무회의에서 논의한 후, 10월 10일 제15회 임시수위단회에서 원불교 예비교무 교육발전계획안의 실행을 채택했다.

당시 ‘교발위’가 추진한 중점 개혁사항을 다음의 12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교육연한의 연장(4+2=6년)
2. 이수학점의 확대(160학점)
3. 실천교학 교과목의 증설
4. 서원(생활) 지도체제의 강화
5. 교육방법의 쇄신
6. 교육평가제도의 개선
7. 교수요원 선발양성제도의 시행
8. 연구기관의 설립
9. 인재 예비양성제도 도입
10. 근무제도의 개선
11. 교육행정체제의 정비
12. 교육재정의 집중 투자

원기74년(1989) 대각전에서 원불교학과생이 법신불사은전에 기도를 올리고 있는 모습.

원기85. 인증제·순환형 모델 제안
교육발전안의 추진이 실제적으로 예비교무의 교육에 어떠한 성과를 가져오고 또 교육의 결과가 교화현장에서 어떻게 효과를 나타내는지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원기85년 ‘교단 100년을 향한 예비교무 교육발전안 추진위원회’가 발족된다. 미국의 공학교육 인증제도(ABET, Accreditation Board for Engineering and Technology)를 예비교무 교육 특성에 맞게 변형해 도입해 원기86년 ‘예비교무교육 인증제도’와 ‘순환적 자율 개선형 예비교무 교육’을 실현하는 교육발전방안을 제안했다. 

‘인증제’란 예비교무 교육의 수용자(교단, 교도, 현장 교무, 사회)의 요구사항에 바탕해 만들어진 인증 기준에 근거해 각 예비교무 교육기관의 교육프로그램을 평가인증함으로써 각 교육기관이 교무 실무를 담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 졸업생(교무)를 배출하도록 촉진하여 예비교무 교육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며 현장 교무의 교화력을 제고하고 교법의 구현력을 강화시켜 가는 교육모델을 말한다. 

‘순환형 모델’이란 교육기관이 다양한 교육구성원의 요구를 반영해 자체의 교육목표를 설정하고 졸업생의 목표능력을 설정한 후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교과과정, 교육방법을 개발, 교육을 실시함과 동시에 그 교육의 성과를 재학생 학습평가와, 교화현장에서 예비교무교육의 성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교육목표와 교육과정과 교육방법을 반복 순환적으로 개선해 가는 교육모델이다. 

그러나 공학의 교육평가 모델을 인문학에 적용할 수 있는지, 성직자 양성을 공대평가 기준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이에 대한 극복방안이 요청됐다. 프로그램 학습 성과를 위한 평가 기준의 모호함을 어떻게 객관화할 것인지와 더불어 교단의 재정적 어려움과 각 기관의 인적·물적 한계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인증제’ 정착을 현실에 맞게 도입해 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원기94․98. 통폐합 방향 원점으로
이러한 상태에서 원기94년(2009) 2월 교정원 교육부에서는 ‘교육제도개선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한다. 이때의 ‘교개위’ 구성은 종교인구 감소와 학령인구 감소 등 사회 환경의 변화와 함께 전무출신 지원자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가운데 육영교육기관의 신입생 충원율이 문제로 제기되면서 ‘육영교육기관 통폐합’ 문제를 우선 해결하기 위해 조직된 것이었다. 물론 전무출신 지원자 감소가 원인이 됐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존에 잠복해 있던 육영교육기관의 비효율 고비용 구조문제, 교육의 질적 하락 문제, 교육과 행정의 이원화 문제 등이 교육구조의 개선을 촉구하는 움직임으로 다시 표출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후 ‘교개위’는 연구발표와 2차례의 공청회 등을 통해 교육기관 통폐합을 둘러싼 논의를 진행한 후, ‘현 체제를 유지하는 안’과 ‘원불교대학원대학교를 영산으로 이전하고 영산선학대학교를 교학대 원불교학과로 통합’하는 두 가지 방안을 11월 수위단회에 상정하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종료되고 만다. 결국 원기98년(2013) 11월 제205회 수위단회에서는 전무출신 지원자 감소와 청소년 교화 침체 등 대외적인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다시 ‘교육개혁위원회’를 발족했다. 1년 동안 9차에 걸친 위원회 개최를 통해 교육 개혁의 방향을 논의했지만, 결과적으로 “현 교육체제를 유지한 가운데 제도와 교육과정 운영에서 점진적인 개혁을 진행하기로 결의”하는 형태로 마무리하고 만다.


원기104. 교육이 교운이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예비교역자 교육혁신은 원기75년 ‘교발위’를 제외하고 세 차례 혁신은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하지만 예비교역자 교육혁신에 대해 지속적인 구성원들의 요구에 그에 상응하는 논의가 진행됐다는 점과 교육 혁신을 위한 논의가 다시 현재로 이어지는 교량적 역할을 했다는 점은 평가할 부분이다. 최근 교육혁신 개혁의 흐름이 고시제도 수정 및 폐지 등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는 속에서 육영교육기관이 새로운 환경에 맞는 교과과정의 개편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지난 30년 동안 반복해 온 교육혁신의 흐름이 과연 이번 미래교육혁신 포럼을 통해 매듭을 짓고 갈 수 있을까. 교단은 제3대를 마무리하고 제4대를 준비하고 있다. 교육혁신 과정에서 나온 ‘교육이 교운이다’라는 표어를 통해 볼 때 결국 교단의 미래는 교육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2020년 2월 14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