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 교도

[원불교신문=김명진 교도] 교화단이 뭐하는 곳인가? 화단? 꽃이 피어있는 화단(花壇)을 뜻하는 말인가? 어느 비교도의 질문이다. 뜬금없지만 눈이 번쩍 띄는 질문이다. 그렇다. 원불교 교화단은 꽃이 피어있는 화단(花壇)이다. 원불교의 교리꽃과 교도꽃이 예쁘게 피어있는 그런 화단이다. 아니 꼭 그래야만 한다. 그런데 우리 교화단의 모습은 어떠한가? 예쁜 꽃으로 가득 차있는가? 지금 나는 교화단에 어떤 꽃을 심고 가꾸고 있는가 생각해본다. 

우리 ‘교-화단’에 예쁜 씨앗 3개를 뿌리고 싶다. “짧게 말하고, 일단 긍정하고, 자신의 이야기만 한다.”   

첫째, 짧게 말한다. 한번 말할 때 시간을 30초로 제한한다. 사실 상대의 말에 30초 이상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예컨대 교화단회 시간은 60분이고, 단원은 10명이다. 단원들이 각각 30초씩 이야기를 하면 5분이 걸린다. 이렇게 되면 단회 시간 60분 동안에 각각의 단원들에게 최대 10번 이상의 발언기회가 주어진다. 단원들 모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골고루 주자는 것이다. 이런 제안을 하면, 혹자는 30초 동안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짧게 이야기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두괄식, 즉 결론부터 말하는 것이다. 자세한 설명은 누가 물어보면 그때 하면 된다. 자기 자신에게는 중요하지만, 상대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가 많다. 보통 이야기 앞부분이 길어지면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은 점점 더 늘어지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게 되면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빨리 알아차리게 된다. 바로 이것이 주어진 시간 동안에 단원들 모두가 다양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교-화단’을 가꾸는 방법이 아닐까.  

둘째, 일단 긍정한다. 단원들의 말에 일단 긍정하자. 우리는 누군가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듣게 되면, 일단 비판적인 모드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마치 자신이 다 아는 것처럼 상대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비판적인 입장만 내세우곤 한다. 단회의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게 되면 단원들이 자기 생각을 꺼내기가 어렵게 된다. 누구든지 일요일 교당에서 만큼은 무조건 존중받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남의 말에 일단 긍정해보자고 제안한다. 그래야 누구나 어떤 생각이든 편하게 꺼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상대의 말에 눈빛이나 얼굴 표정과 같은 비언어적 표현을, ‘그렇군요!’,‘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등과 같은 언어적 표현을 사용해서 우리들의 교화단 공간을 훈훈한 공기로 채워가면 어떨까.  

셋째, 내 이야기를 한다. 교화단회에서는 자기 자신의 이야기만 하자. 이제 자녀, 남편, 부모, 친구, 지인에 대한 이야기를 더 이상 전면에 내세우지 말자. 그들의 변화를 강요하지 말자. 남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을 변화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은 내가 바뀌는 것이다. 자신이 실천하고 있는 마음공부와 그에 대한 감각감상 등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풀어놓자. 이야기 중심은 항상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고, 체험한 이야기 안에 나의 주변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들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은 웃음꽃이라고 한다. 교화단회에 모여 앉아서 자신의 이야기를 짧게 표현하고, 긍정하는 마음으로 남의 말에 귀기울이고, 자신이 경험하고 실천한 이야기를 풀어 놓으면서, 각양각색의 단원들 꽃이 활짝 웃고 있는 예쁜 ‘교-화단’을 기대한다. 이 멋진 교화단에서 ‘다른 사람의 좋은 일을 같이 따라서 기뻐해 주면 그것이 곧 나의 공덕이 된다’는 수희공덕(隨喜功德)을 떠올려 본다.

/강남교당

[2020년 2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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