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교도

[원불교신문=김태우 교도] “평소에 기르는 인재는 지금 당장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쓰고 싶은 인재는 평소에 양성해 두지 않았다. 이것이 나라가 어지러워지는 원인이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법가사상의 대표 주자 한비자의 말이다. 그의 말에서 오늘날 교단의 종교연합운동이 정체되어 있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 동안 종교연합운동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단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거나 또는 노력들을 해 오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교단에서는 인재양성을 위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들을 제공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연합운동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계속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그리고 올해는 종교연합운동 제창 50주년이다. 그런 까닭에 교단 내에서 출가와 재가 그리고 세대를 넘어 종교연합운동의 미래를 위한 대화를 진행하기에 매우 적합한 시기라 사료된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의 인재양성 교육프로그램들이 원불교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관점에서는 충분한 역할을 해 왔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평화활동가로서의 교육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원불교 평화활동가의 특징을 세 가지 키워드로 표현하자면, ‘원불교’, ‘종교’, 그리고 ‘세계평화’이다. 이를 다시 우리의 언어로 바꾸면, ‘일원주의’, ‘마음공부’, 그리고 ‘종교연합운동’이다. 즉, 종교연합운동에 필요한 인재는 원불교의 정신과 사상을 바탕으로 종교인의 마음과 행동으로 종교 간 협력을 통해 세계평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마음’이며, 이것은 종교인의 평화운동이 시민사회의 평화운동과의 구분을 짓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앞에서 제시한 세 가지 키워드에는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는 ‘시대성’이다. 종교의 가르침은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아니하지만, 그 가르침의 해석과 그에 따른 행동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대중들의 생각과 생활양식이 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원불교 평화운동은 ‘원불교의 가르침’에서 시작되지만 ‘원불교인’의 행동에서 기억되고 평가 받는다.

대산종사가 종교연합운동을 제창할 당시만 해도 종교연합에 대한 개념이 생소할 시기였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종교연합운동 교육이 원불교 교리와 가르침에 집중되어 온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시대는 이제 변했고, 변화한 시대에 적합한 교육이 필요하다. 따라서 원불교 평화운동은 이제 교리중심의 이론에서 행동중심의 실천으로 옮겨가야 할 때이다. 

앞서 말했듯이 평화운동에서 행동은 곧 결과이므로 원불교의 평화운동에 대한 평가는 교인들의 행동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원불교 평화운동이 다른 평화운동과 달리 독창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원만한 문제해결을 위한 큰마음과 그 마음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한 체계적인 방법론이 있어야 한다. 즉, 종교연합운동 인재양성을 위해서는 심전계발과 훈련이 핵심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단체가 인도주의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세상은 적십자의 인도주의를 세계 표준으로 삼았다. 그들의 나이지리아 내전에서 그들이 보여준 헌신과 진정성에 세계인이 감복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심전계발을 통해 실천적 행동으로 세상에 보여줄 때이다. 

[2020년 2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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