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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윤 교무의 교리여행 5. 언 연못 모서리에 봄빛 비칠 때
현지윤 교무의 교리여행 5. 언 연못 모서리에 봄빛 비칠 때
  • 현지윤 교무
  • 승인 2020.02.13
  • 호수 19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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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윤 교무
현지윤 교무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처음 휘경학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교정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서울시내에 이렇게 아름다운 중·고등학교 교정이 있었냐며 학교를 둘러보다 발걸음을 멈추는 곳이 들꽃카페와 연못이다. 학교 매점인 들꽃카페 옆으로 학교 뒷산인 배봉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떨어져 만들어진 작은 연못이 있다. 한파가 맹위를 떨치던 어느 해엔 물줄기와 연못이 꽁꽁 얼어 그마저도 장관이었다. 

언 연못 모서리에 봄빛이 비치는 요즘, 3학년 학생들은 졸업준비에 분주하다. 시대가 바뀌고 형식은 달라져도, 졸업식의 참다운 의미는 졸업생과 스승이 함께 주인공이 되어, 아름다운 마무리와 새로운 출발을 축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입학 후 낯설기만 하던 모든 것들에 차츰 익숙해지는 봄이 되면, 조심하던 마음까지도 시들해 지는지 학생들의 갈등이 수면위로 올라온다. 여학교의 특징일까, 이 무렵 아이들의 갈등은 ‘말’에서 비롯된다. 학기 초 탐색기를 거치며, 나와 어울릴 만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를 구분해 무리를 만들고, 그 속에서 주고받는 대화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거치며 부풀려지고 왜곡되어지다가 갈등이 폭발하게 된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얼어붙은 마음을 열게 하지만 무심히 뱉은 말 한마디가 돌이킬 수 없는 관계를 만들기도 한다. 

지금 졸업생 자리에 앉아 있는 아이들 중, 말로 인해 상처받지 않은 아이가 드물 정도로 아이들은 서로에게 말로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한다. 때론 학생들의 갈등은 부모님의 갈등으로 번져 사소했던 일을 해결하는데 꽤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 과정을 거치며 한 뼘 더 성장하고 ‘말’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매년 되풀이되는 유사한 문제를 겪으며 나 또한 ‘말’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대산종사는 말은 마음의 소리요 행동은 마음의 자취니 말을 좋게 하면 나에게 복이 되어 돌아오고, 말을 나쁘게 하면 그것이 재앙이 되어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니 혹 터무니없이 욕됨을 당할지라도 남을 원망 말고 자신의 몸을 살피라고 당부했다. 진정 말은 마음의 소리이며, 한 마디 말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으며, 품격 있는 한 마디 말에서 그 사람의 됨됨이를 엿 볼 수 있으며, 그 사람의 인생까지도 엿볼 수 있다.

정산종사는 구시화복문(口是禍福門)이라, 잘못 쓰면 입이 화문이지마는 잘 쓰면 복문이라고 하셨는데. 나의 말은 얼마나 따뜻했는지,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말이었는지 돌아본다. 

내가 먼저 따뜻한 남쪽이 되고, 먼저 봄이 되고, 먼저 꽃이 되어 향기 나는 말과 복을 불러들이는 말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어른들로 성장하기를 염원하며, 아름다운 마무리와 찬란한 출발이 함께하는 졸업을 축하한다. 세상의 모든 졸업생들.    

/휘경여자중학교

[2020년 2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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