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보 교무

[원불교신문=신은보 교무] ‘본원에서는 이번 우한 사태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거주자 또는 중화권 여행자분들의 내원을 제재하고 있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어렵지 않게 전달받고 있다. ‘중국’이라는 두 글자에서 느껴지는 혐중(嫌中)의 에너지는 바이러스를 타고 무섭게 확산되어 한국 사회에 ‘중국 포비아’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제주시 노형동의 모 대형 음식점에서 중국인 4명이 자리에 앉았다가 주변 손님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음식을 주문하지 못한 채 자리를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포비아로 인한 한국 사회 일상의 붕괴는 힘든 수험생활 후 대학입학의 꿈에 부푼 신입생의 입학식 취소와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를 위한 축하의 장 등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려 버리고 있다. 

개인의 중요한 일생의 순간을 망쳐버릴 수 있는 요즈음의 사태에서 중국을 향한 분노의 목소리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추세이다. 분노는 우울, 불안과 함께 인간의 3대 부정 정서 중 하나이다. 특히 우울과 불안에 비해 분노는 강렬한 불쾌감으로 경험될 뿐만 아니라 공격행동을 촉발해 인간관계를 파괴하는 가장 위험한 정서로 꼽고 있기도 하다. 

불교에서 분노는 삼독(三毒)의 하나로써 인간의 삶을 고통으로 몰아가는 핵심적인 심리적 원인으로 여기고 있다. 분노, 성냄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빠알리어는 ‘도사(dosa)’이다. 도사는 ‘탐욕’이라 불리는 ‘로바(lobha, rage)’, 그리고 ‘어리석음’이라 불리는 ‘모하(moha)’와 더불어 불선(不善)함의 근원으로 설명된다. 탐욕과 성냄은 서로 상대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탐욕은 주로 집착에 의해 발생하고, 성냄은 주로 혐오에 의해 발생한다. 하나는 잡고자하는 마음에서, 다른 하나는 피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중국으로부터 피하고자하는 마음은 자신의 안위를 잡고자하는 마음에서 발현되는 것이며, 결국 자신의 탐욕을 위해 성냄을 취하는 것이 분노의 민낯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탐욕(貪慾)이란 모든 일에 상도(常道)를 벗어난 욕심을 이름이니, 특히 공부를 해나가는데, 오욕에 마음을 빼앗긴다든지, 분수에 넘치는 욕심을 가지고는 결코 성취하지 못 할 것이므로, 탐심은 모조리 버려야 할 것이다. 탐욕(貪慾)이 일어 날 때 뭇 죄악의 싹이 트는 것이다”라며 탐욕을 경계했고, 이 탐욕에 의해 분노가 발생하며 분노는 죄악의 근원이 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심을 가져야함을 강조했다. 

2019년도 ‘묻지마 범죄’가 사회문제로 드러났을 때, 이 문제의 심층에 내재되어있던 ‘분노조절장애’라는 잊지 못할 단어를 우리는 한편으로 부끄럽게 다른 한편으로 가슴 아프게 기억하고 있다. 불만, 불안 그리고 분노로 이어지는 감정의 연결고리가 또 다시 분노조절장애로 부활하게 될 때 단순히 싫어하는 정도가 아닌 회피에서 보복으로 확산될 위험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분노의 저변에 가득 차 있는 개인의 탐욕은 어떠한가 이를 꼼꼼하게 바라보는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영산선학대학교

[2020년 2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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