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응준 교무] 『성가』 40장부터 47장까지는 예전의 가례에 해당하는 성가이다. 가례는 한 가정에서의 관혼상제 등에 대한 예법이다. 고대 중국으로부터 전례 된 예법이 주나라와 송나라 시대를 거쳐 주자가례로 집대성되고, 조선으로 건너와 우리나라 가례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예로부터 복잡하고 번거한 관혼상제의 네 가지 가례를 시대의 변천에 따른 변화의 요구로 출생․성년․회갑․재 등의 의례를 더하되, 간소하게 편성한 것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따르는 예전의 가례이다.

허례허식을 줄이고 그 근본정신은 더욱 받들어 예를 행하도록 했는데, 이는 원불교의 시대화와 사회 개혁의 의지가 담긴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음악적인 색깔을 이야기하자면, 계몽적 성격이 강한 노래이다. 대부분 이런 성격의 음악과 노래들은 감성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지기보다 간결하고 반복적이며, 쉽게 익히고 실천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편리하고 간소한 것을 찾고 그래서 갖춰야 할 형식마저도 무시하고 지나쳐 버리는 경우는 없는지, 가례에 해당하는 성가를 접하면서 시대가 변해도 변함없어야 할 예의 정신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성가 40장은 명명식 노래로 명명식은 사람에게 처음 이름, 또는 법명을 줄 때나, 교당·기관·물건에 이름을 붙일 때 법신불 앞에서 장래를 축원하는 의식이다. 가사를 보면 새로이 태어난 아기에게 간절히 염원하는 네 가지가 담겨있는데, 슬기와 건강 그리고 공심과 덕행 이다. 이러한 것들을 갖춰서 새 세상의 주인되어 큰일을 할 수 있는 인물이 되고 결국은 그것이 네 가지 크신 은혜에 보은하는 길이 되도록 하라는 서원을 담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원불교를 통해 예법을 다시 밝혀 놓으신 뜻을 생각해보자. 변해야 할 의식과 변하지 말아야 할 정신을 생각하며, 새 생명과 새로운 것을 통해 공도에 합하기를 서원하는 마음을 느껴보자. 새 세상의 주인들이 많이 태어나고, 또 생겨나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활기차고 기쁘게 성가를 불러보자.

/영산선학대학교

[2020년 2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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