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삶’ 통해 통일 전문가 꿈꿔
평화 영역에서 자부심과 책임감 커가

[원불교신문=엄익호 간사] 나는 원불교라는 종교가 있다는 것을 2016년에 처음 알았다. 따라서 내 경험으로 추측하자면 원불교라는 종교의 존재를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그러니 그 종교 안에 남북교류단체 ‘한민족한삶운동본부’(이하 한 삶)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극히 소수일 것이다. 원불교 재가출가 교도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나는 실제로 한 삶의 존재를 몰랐던 교무님을 만나기도 했다.

물론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다. 원불교도 그렇고, 그 안에 속해있는 한 삶도 그렇다. 사람들이 모른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에 대한 영향력이 작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원불교 교화 현장에서 고생하는 이들에게는 미안한 말이 될지도 모르겠다.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일하고 있는 ‘한 삶’은 억울한 처지가 되지 못한다. 고백하건대, 한 삶은 많은 일을 하고 있지 않고, 따라서 영향력도 미비하므로 사람들이 한 삶을 모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렇다면 지극히 평범한 나는 어떻게 한 삶을 알게 되고 인연을 맺어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일까? 나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싶다. 원불교 교도도 아니었던 내가 한 삶을 알게 된 것은 운명이 아니었나 싶다. 단순히 알게 된 것뿐만이 아니라 한 삶을 통해 내 인생이 송두리째 변했다. 한 삶을 통해 나는 원불교 교도가 됐고, 평화통일 전문가를 꿈꾸며, 현재 한 삶에서 일하고 있다. 그렇다. 아주 극소수만 아는 한 삶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오며 교화를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모든 일이 기적 같고 너무나도 감사하다.

이쯤 되면 한 삶이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한 삶은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의 북한이탈주민 지원 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몇몇 개의 프로그램들을 해마다 진행하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남북청년 한마음 한걸음’이라는 남북 출신 청년들의 일주일 제주도 문화교류기행이다. 나는 이 프로그램의 1기 참가자였고 지금 4기까지 진행됐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시기에 우연히 만난 한 삶의 남북청년 프로그램에서 나는 북한 출신 친구들을 만났다. 일주일동안 함께 울고 웃고 지내다보니, 어느새 내 친구의 꿈이 나의 꿈이 돼 있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있었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교감하는 프로그램은 마치 소개팅과도 같아서 우리는 그 긴장감 속에서 사랑과 우정과 이해를 싹텄다. 여담이지만 여기서 만난 한 남북커플은 결혼도 앞두고 있다. 나는 아쉽게도 나의 인연을 만들기에는 실패했지만, 그길로 3년째 평화통일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위와 같은 사례가 주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교화는 원불교의 작은 조직에서도 사람간의 만남을 통해 결실을 맺는다는 것이다. 이는 모두 다 프로그램에 함께 했던 멋진 교무님들과 교도들과 북한 청년들 덕분이었다. 나를 원불교 교도가 되게 하고 평화통일의 가슴 설레는 꿈을 꾸게 만든 한 삶이 무척이나 자랑스럽다. 그래서 나는 이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동시에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따라서 작지만 묵묵하게 교단의 통일업무를 담당해 온 한 삶처럼 원불교의 모든 기관들이 매력적인 재가출가 교도들을 전면에 내세워 원불교 교화가 더욱 활발해지는 그런 새해를 기대해본다.

[2020년 2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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