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보 교무

[원불교신문=신은보 교무] ‘합치면 정이되는 합정인데~’ 유재석은 유산슬이라는 가명으로 트로트계에 도전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물론 유명 연예인의 시도가 흥미를 유발하고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던 수많은 아마추어 트로트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경연을 하고 장끼를 뽐낼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는 점에서 TV조선 ‘미스터트롯’의 등장은 그간의 기근을 해결하는 단비로 대중들의 마음을 적시고 있다.

미스터트롯 이전에도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존재했지만 해당 프로그램의 화제성과는 별개로 시청률 자체는 그리 높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인의 트로트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지금 트로트에 열광하고 있는가? 

트로트는 사실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음악장르는 아니었다. 나이든 세대 중에서도 이른바 7080세대와 그 이전 세대의 음악 취향을 뚜렷하게 가르는 것이 트로트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포크와 록을 경험한 7080세대는 그 이전 세대가 즐기던 트로트 장르를 ‘뽕짝’이라고 비웃기도 했고, 일본 엔카 영향을 강하게 받은 왜색 짙은 노래라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로트는 국내외로 고통스럽게 떠돌던 수많은 동포들의 유랑의 슬픔과 망국의 통한을 달래주는 가교로 기능했고, 이러한 트로트의 성격이 현재 삭막하고 외로운 세상에 위로가 되어주는 절절한 노랫말과 슬픔을 이겨내려는 감성 등으로 전환되면서 트로트의 품격이 격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TV를 통해 방송되는 각종 트로트 경연대회는 시대적 요구와 함께 출연자들의 무명시절 사연들이 공개되면서 치유받는 힐링가요로 재평가되고 있다는 점이 우리를 트로트에 빠지게 한다. 또한 트로트에 도전하는 가수들의 이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악을 했던 사람, 힙합을 했던 사람, 판소리를 했던 사람 등 정통 트로트라는 기존의 인식을 벗어나 탈트로트화된 트로트로 여러 다른 음악 장르와의 결합이 트로트라는 편견을 허무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과거에 묻혀있던 노래, 잊혀진 노래를 부활시켜 새롭게 존중받는 노래로 그 위치를 바꾸고 있다. 

소태산 대종사는 원불교를 시대적 요구에 의한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종교로 전해지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기존의 불법에 대한 여러 폐해를 진단했고, 민중들의 고달픈 삶에 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로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밝혀줬다. 또한 기존의 편협한 공부법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며, 각 종교의 가르침을 통섭적으로 흡수하면서 퇴색됐던 종교본연의 역할을 정화시키고자 노력했다. 

대종사의 한 사람이라도 제도하고자 했던 민중에 대한 간절함과 현재에 머무르지 않으려했던 수많은 성찰들이 ‘원불교 전성시대’를 이끄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지금의 트로트가 ‘간절함’과 ‘개방성’으로 부활했듯 말이다. 

/영산선학대학교

[2020년 2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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