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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바로알기 9/ 북한의 정보통신기술ICT과 새로운 세대의 등장
북한바로알기 9/ 북한의 정보통신기술ICT과 새로운 세대의 등장
  • 정창현 소장
  • 승인 2020.02.21
  • 호수 19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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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
평양의 소학교 학생들이 과학기술전당 아동열람실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게임을 하고 있다.
평양의 소학교 학생들이 과학기술전당 아동열람실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게임을 하고 있다.

[원불교신문=정창현 소장] 평양전기기구합영회사에서 기술노동자로 근무하는 김옥향 씨는 최근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제공하는 원격교육대학(5년제 온라인 교육대학)을 마쳤다. 처음에는 일하면서 배우려니 힘들었고, 처음 접하는 ‘해석수학’, ‘프로그램작성법’ 등 어려운 과목이 많아 애를 먹었지만 시대적 흐름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고 한다. 

이렇듯 북한은 ‘전민 과학기술 인재화’를 구호로 내세우며 교육 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대학생뿐 아니라 공장, 기업, 협동농장 등에 설치된 과학기술보급실(컴퓨터실)을 통해 일반 노동자, 농민들에게도 원격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낙후된 의료체계를 보완하기 위한 ‘원격(온라인) 진료’도 도입됐다. 북한에서 ‘먼거리의료봉사’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는 원격진료 서비스는 2013년부터 수백 개의 병원을 연결하는 체계로 구축됐고, 2016년에는 전국 모든 도(道)로 확대됐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에 따른 교육, 생활 분야의 변모는 앞으로 예측되는 북한사회 전반의 변화를 고려하면 이제 시작 단계일 지도 모른다.


‘온라인 쇼핑몰’의 등장
북한의 광(光) 통신망은 이미 2000년대에 리(里) 지역까지 깔렸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이 실생활에 도입되는 단계로 진일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옥류’, ‘만물상’ 등의 이름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북한에서는 전자상업봉사망이라고 함)이다. ‘만물상’에서는 지난해 기준으로 400여 개 북한 회사들이 등록해 450종류, 6만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PC, 태블릿 PC, 휴대전화 등 IT 하드웨어 개발과 보급도 빠르게 늘었다. 북한은 2014년 푸른하늘 전자회사를 설립해 다양한 PC, 노트북, 태블릿 PC를 시판해왔다. 또한 2013년 독자 브랜드 ‘아리랑’ 을 선보인 이래 ‘평양’, ‘진달래’ 등 다양한 지능형손전화(스마트폰)가 출시됐다. 2018년에 출시된 ‘푸른하늘 H1’에는 앞면에 800만화소의 카메라, 뒷면에 1600만화소의 카메라가 장착됐고, 지문인식 장치까지 탑재돼 프로세서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외관상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스마트폰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북한의 휴대전화 보급대수는 600만을 넘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보기술 보편 교육 역시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2012년 학제를 개편하면서 중학교 교육과정의 컴퓨터 교과목을 ‘정보기술’로 바꿔, 기존보다 체계적인 IT 교육을 진행 중이다. 경제 성장을 위한 기관 투자, 교통, 물류 시설 등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북한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 과학기술 분야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어린 시절부터 ‘영재’를 선발해 몰입형 정보통신기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디바이스 적용과 상품화가 모자랄 뿐 기술력만은 뛰어나다는 평가다. 리눅스, 안드로이드 기반 앱(애플리케이션)이나 임베디드(내장형) 소프트웨어 개발력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북한이 개발한 대표적인 소프트웨어는 컴퓨터 운영체제인 ‘붉은별’이다. 붉은별은 오픈소스 기반 리눅스 OS로, 북한의 최대 컴퓨터 관련 기관인 조선컴퓨터센터(KCC)가 독자 개발했다. 2017년에는 최신버전인 ‘붉은별 4.0’까지 내놨다.

인공지능 등 4차혁명의 핵심기술 개발에 주력 OS 뿐만 아니라 응용 소프트웨어들도 상당수 자체 개발하고 있다. 붉은별에는 오피스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통합사무처리 프로그램 ‘우리21’이 탑재됐다. ‘한글’프로그램에 해당하는 워드 작성 프로그램 ‘글’도 있다. 이외에 파워포인트와 유사한 프로그램 ‘선전물’이 있으며, 엑셀과 유사한 표작업프로그램 ‘표’도 개발돼 있다. ‘내나라’, ‘광명’ 등 웹브라우저 역시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기술력뿐만 아니라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계학습)이나 음성인식 등의 기술력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머신러닝이나 음성인식은 4차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으로 꼽히는 IoT(사물인터넷)나 AI(인공지능) 등에 쓰이는 기반 기술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다.

북한은 “새 세기 산업혁명(4차혁명)은 본질에 있어서 과학기술 혁명이다. 우리식의 새 세기 산업혁명에 나라의 부강발전이 있고, 조국의 미래가 있다”라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AI(인공지능), 빅데이터, AR(증강현실), 블록체인, IoT(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 관련 신기술 연구 및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매년 개최되는 전국정보기술성과전시회에는 수십여 종의 AI 관련 프로그램들이 출품된다. 예를 들어 김일성종합대학 정보과학대학이 개발한 음성인식기는 정확도가 98%로, 인식속도는 초당 6자 수준에 도달했다.


어려서부터 IT에 익숙해진 새로운 세대 등장 
이제 북한에서도 휴대전화에 깔려 있거나 ‘봉사장터’ 에서 내려 받은 앱으로 게임을 즐기거나 ‘셀카’를 찍어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은 일상적인 생활이 됐다. 최근에는 IT기술을 활용해 개발 출시된 교양과 오락을 겸한 각종 게임을 즐긴다.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스마트폰용 전략 모의게임 ‘임진조국전쟁 1.0’부터 3차원 전투 게임 ‘호랑이 특전대’, 블루투스 기능으로 2인용 대전 게임이 가능한 ‘바드민톤(배드민턴) 강자대회’, 수학 교육용 게임인 ‘수학려행’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가정용 전자오락기 ‘모란봉’은 요즘 북한에서 최고 인기 상품 중 하나라고 한다. 북한 내부적으로 보면 디지털문화의 빠른 확산은 세대 간 정보격차와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평양 지하철에 앉아 휴대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학생들을 노년세대가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벌써부터 게임중독을 우려하는 보도도 나왔다. 북한의 언론들은 세계적으로 게임 중독이 청소년들의 학습과 생활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하며, 교사와 학부모들이 “게임 중독의 해독성을 잘 설명해주고 게임을 절제 있게 하도록 이끌어줘야 한다”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청소년들이 다양한 과외생활을 벌리고 사회활동에 적극 참가하는 것을 통해 오락에 대한 의존심을 버리도록 이끌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보도를 통해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로 게임을 하는 북한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IT문화가 확산되면서 북한에도 남한과 똑같은 고민이 생겨난 셈이다.

지난해 평양을 다녀온 중국의 한 대학교수는 “북한 사회에서 불고 있는 디지털문화의 확산은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의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고, 사회 전반의 개방 흐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현재 국가적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과 비슷한 개념의 ‘새 세기 산업혁명’, 지식경제 발전, 첨단기술산업 육성 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전 사회적으로 디지털문화가 확산, 정착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남북의 생활문화 측면에서 보면 남과 북의 젊은세대 사이의 정보 격차가 줄어들고, 소통의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ICT로 남과 북의 청소년이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향후 남북경협과 교류를 추진하면서도 유념하고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ㆍ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
ㆍ서울대 국사학과, 동 대학원 졸업
ㆍ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전문기자
ㆍ북한대학원대학교와 국민대 겸임교수
ㆍ(사)현대사연구소 소장 역임
ㆍ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정책기획위원 
ㆍ민화협 정책위원 등으로 활동

[2020년 2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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