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제 교수

소태산대종사는 104년 전 당시의 시국을 관찰하고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개교표어를 내놓았다. 이에 대산종사는 정신개벽과 물질개벽이 각각 도덕문명과 과학문명의 발달에 따라 이뤄진다고 했다. 대종사의 말씀대로 과학문명의 발달과 함께 물질개벽이라 불릴만한 의식주의 향상이 이뤄졌다. 아주 작은 나노의 세계로부터 아주 큰 우주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과학문명은 이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생활의 발전과 편의를 가져왔다. 세계는 이미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됐고, 유전자 연구를 통한 불치병 치료와 평균수명의 대폭적인 증가 그리고 우주여행까지 가능한 시대가 오고 있다. 일부 부작용도 있지만 과학을 활용해 인간 생활 전반이 빠르게 발전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대종사는 과학과 도학의 병진을 강조했으며, 그 중에도 도학이 주가 되고 과학은 종이 된다고 말했다. 즉, 도학에 바탕한 마음으로 과학을 발전시켜야 하며 과학은 또한 도학 발전에 도움이 돼야 한다. 빠르게 진보되는 과학과 발맞춰 도학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과학을 잘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교화는 아직까지 과학적이지 못하고 개인의 역량에 지나치게 기대는 경향이 있다. 특정 담당자가 있을 때는 교화가 잘 되다가도 사람이 바뀌면 상황이 변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에 있어서는 철저한 마음공부와 실지에서의 단련을 통해 교화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사람에 영향 받지 않고 효과적으로 도학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과학적·체계적 교화도 필요하다.  

강원도의 어느 한 농가는 온실에서 작물을 재배하는데 근처 다른 농가들에 비해 수확량이 월등해 많은 사람들이 그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방문한다고 한다. 그 비결은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인 농업에 있다. 개인의 감각에 의존하는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시기별로 온도, 습도, 관수량, 시비량 등에 따른 수확량을 철저히 기록해 가장 수확량이 많은 조건에 맞춰 재배한다. 처음에는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믿을 수 있는 데이터가 되고 수확량에 확실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우리의 교화도 담당자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감각에 의지하기 보다는 과학적인 데이터에 기반해야 한다. 현재는 전체 교도 수, 교도 수 증감추이 등의 정량적인 교화 현황들만 데이터화 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성적인 데이터이다. 교도 수가 늘었으면 어떤 교화법이나 조건에 의한 것인지, 줄었으면 또한 원인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상황이나 조건별로 가장 효과적인 교화법 또는 교화모델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객관적인 데이터베이스는 담당자가 바뀌어도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연속적인 교화를 할 수 있게 해주며, 축적된 데이터를 이용해 갈수록 발전적인 교화를 할 수 있게 한다. 

교화여건은 교구별로 다르며 같은 교구에서도 교당별로 다르다. 개별 교당 단위로 정성적인 교화현황을 기록하고 저장 및 분석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이 보급돼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교당뿐만 아니라 훈련기관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성별, 지역, 연령 등에 따라 어떤 프로그램이 효과가 좋은지 분석해 훈련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인공지능 로봇이 상용화된다 해도 교화는 결국 사람이 해야 한다. 법과 정의(情誼)는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교화에 대한 책임을 항상 명심해 개인적으로는 교화 역량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더욱 크고 지속적인 효과를 위해서 과학문명을 도덕문명 발전에 적극적으로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강원대학교·춘천교당

[2020년 3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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