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보 교무

[원불교신문=신은보 교무] 갑작스럽게 내린 눈과 우박으로 전국이 차갑게 얼어붙는 경험을 했다. 지난해 가을장마를 시작으로 올겨울 잦은 비와 흐린 날씨 탓에 생육환경이 나빠져 생육이 전반적으로 저조한 상황에 이번 이상기후로 인해 농가는 2차 피해를 입게 된 상황이다. 이미 일부 농가에서는 흐린 날씨가 지속하다 갑자기 맑아지면서 기온 상승에 따른 급작스러운 온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농작물이 시들어버리는 현상을 반복하고 있었다. 

기후계가 자연적 요인과 인위적 요인에 의해 점차변하는 것을 ‘기후변화’라 하는데 이 영향으로 대기오염에 의한 태양에너지의 반사, 온실기체의 증가, 도시의 열섬과 때 아닌 추위 등의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천연자원 및 회복력’ 즉 식량안보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기후변화에 노출됐는지, 천연자원의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등의 평가에서 OECD국가 중 하위권(61위)에 그치는 결과가 보고됐다. 

기후위기는 경제위기이며 안보위기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노력과 행동이 절실한 때이다. 뽀로로에 이어서 펭수까지 펭귄캐릭터가 사랑받고 있는 현재, 진짜 펭귄들은 현재 50년 전에 비해 개체수가 절반 넘게 줄어든 가운데 실제로 온도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 남극의 현실은 매우 비참하고 위험한 상태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는 “펭귄들이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해양보호구역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뽀로로와 펭수가 다시 친구들과 행복해질 날이 올 수 있을까. 

‘기후난민’, ‘환경난민’이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기후변화 등 환경파괴의 원인으로 생존을 위협받아 본래있던 지역에서 이주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유엔환경계획(UNEF)에 따르면 기후난민과 환경난민을 통칭해 생태학적난민으로 구분하고 2025년에는 약 8000만 명의 생태학적난민이 발생할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 이상 돌아갈 고향이 없어진다는 현실이 펭수와 뽀로로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불보살들은 천지 만물도 자기의 소유로 수용하나, 범부와 중생들은 형상 있는 것만을 자기 소유로 내려고 탐착하므로 그것이 영구히 제 소유가 되지도 못할 뿐 아니라 아까운 세월만 허송하고 마나니, 이 어찌 허망한 일이 아니리요. 그러므로, 그대들은 형상 있는 물건만 소유하려고 허덕이지 말고 형상 없는 허공 법계를 소유하는 데에 더욱 공을 들이라”라고 법문했다. (『대종경』성리품 26장) 

대은(大恩)은 무감(無感)이라는 말씀처럼 크고 계속되는 은혜를 직접적으로 느끼기는 어렵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형상 있는 것들에만 치우친 불공을 하는 것이 우리 삶의 한계이다. 자연은 크고 계속되는 은혜로 우리를 존재케 한다. 우리는 형상이 없지만 한 순간도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천지만물허공법계’를 진정한 나의 것으로, 나의 소유로 여기며 아끼고 보호하고 감사하는 실천이 필요하다. 자연에 대한 이 같은 마음의 실천이 뽀로로와 펭수에 대한 바른 팬심의 발현이 아닐까.

[2020년 3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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