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교도

[원불교신문=김태우 교도] 지난 칼럼에서 원불교의 평화운동은 “원불교의 가르침에서 시작되지만, 원불교인의 행위에 의해 기억되고 평가 받는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즉, 원불교 평화운동의 요체는 원불교 정신과 사상에 입각한 실천, 다시 말해 제생의세의 실현이다. 그러므로 원불교 평화운동을 추진할  UR 인재는 체계적인 심전계발 훈련과정을 통해 양성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내적 역량을 강화하는 심전계발 훈련은 이미 잘 갖춰져 있으나, 평화운동가로서의 심전계발 훈련은 아직 미흡한 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부분은 조금만 시간을 들여 함께 연구한다면 능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걱정거리도 아니다. 정작 문제는 평화운동가로서의 역량이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화활동가로서의 역량에는 여러 가지들이 있는데, 여기서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은 세계정세 또는 글로벌 정세에 대한 이해와 분석, 그리고 해석이다. 현재 교단 내에서 이러한 역량이 다소 부족하다 보니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한 논의가 정체되고 있다. 여기서 혼동되면 안 되는 것은 세계평화는 거대담론이고, 종교 간 협력이나 종교연합기구 창설은 방법론(어떻게)이다. 즉, ‘무엇’이 아니다. 무엇이란 구체적으로 우리가 추진할 사업대상을 의미한다. 

우리가 추진해야할 사업과 세계의 이슈가 일치해야 세상은 우리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런데 세계 이슈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우리는 세계평화운동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즉, 우리 교법의 정신을 세계 실현하지 못한다는 말이 된다. 우리가 세계평화운동에 주체적으로 참여하지 못한다면, 과연 우리가 UR을 주창할 명분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다시 고민해 볼 필요성이 있다.    

앞선 발언에 대한 오해의 소지를 피하고자 첨언하자면, 세계평화운동에서 원불교 정신이 반영되어야 하는 이유는 원불교의 교리가 다른 종교나 철학보다 옳기 때문이 아니라, 원불교 교법이 추구하는 ‘가치(이념)’가 서구중심의 세계평화담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세상을 보다 이로운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산종사의 말씀을 다시 상기시켜 볼 필요성이 있다.

“대종사의 개교 정신을 더욱 철저히 인식 체득해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란 제생의세의 대이상을 이 지상에 실현하기 위해, 각자 각자가 먼저 정신개벽에 노력해야 한다. 마음 중생의 제도와 마음 세계의 치료에 끊임없이 정진하는 동시에, 이 정신으로 국가와 세계에 널리 호소하며 이 정신을 국가와 세계에 널리 베풀어서, 우리가 다 같이 바라는 마음의 자유에 의한 대자유 세계와, 마음의 평화에 의한 대평화 세계와, 마음의 문명에 의한 대문명 세계를 건설하여, 영육이 쌍전하고 이사가 병행하는 일대 낙원에 모든 동포가 함께 즐기자.” 

원불교 평화운동의 가치는 바로 현대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정신개벽이자 제생의세 실천에 의한 마음치유이다. 오늘날에 서구 사회에서 마음치유에 대한 관심은 매우 뜨겁지만, 여전히 개척해야 할 대상으로 남아 있다. 그것은 평화운동에서도 마찬가지이며, 그래서 국제연합에서도 영육쌍전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평화운동에 종교계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평화운동의 주축이 되어 제생의세의 정신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세계정세에 대한 이해를 통해 세계와 교단을 이어주는 역량을 갖춘 UR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한강교당·원광대학교 국제교류과 초빙교수

[2020년 3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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