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도 교무

[원불교신문=권정도 교무]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편작’이라는 의사가 있었다. 화타와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명의 중 한 명이다. 어느 날 황제가 편작을 불러서 어찌 그렇게 병을 잘 치료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편작은 자신의 의술은 보잘 것이 없고 사실 자기 위에 두 형이 있는데 그들이 더 뛰어나다고 했다. 

먼저 큰형님은 겉으로 멀쩡하지만 곧 큰 병을 앓을 사람을 미리 알아 간단한 처방만으로 병에 걸리지 않게 하니 사람들은 아픈 적이 없으므로 그가 명의인 줄 모르고, 둘째 형님은 작은 병으로 찾아 온 사람에게 적절히 처방하여 큰 병이 되지 않게 하니 중병을 앓지 않는 사람들은 그가 명의인 것을 모른다. 오히려 자신은 그런 안목이 없어 사람이 큰 병에 걸린 후에 치료해 낫게 하니 사람들이 명의라 칭송하지만 형님들에 비하면 능력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의 일대 경륜은 도탄에 빠진 중생을 건지고, 병든 세상을 치료하겠다는 ‘제생의세’다. 그리고 대종사의 뜻을 이어받는다는 것은 마음병 치료 전문의가 되어 제생의세를 이 땅에 실천해 광대 무량한 낙원을 현실에 실현하기 위해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원불교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다.

대종사의 가르침과 새 회상이 출현했음에도 세상은 점점 더 병들어가고 중생의 신음은 곳곳에서 들려온다. 새 정법회상이 시작되자마자 말법의 시대로 빠져버린 것일까? 아니다. 과거 말법의 세력이 워낙 강하고 아직 정법이 힘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때일수록 마음공부의 참 실력을 쌓아 가면서 정법의 시대를 조금씩 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에 큰 병이 들면 사람들은 편작처럼 명의가 출현해 구제해 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편작이 명의일 수 있어도 몇몇의 명의로는 세상의 병을 다 구제할 수 없듯이, 주변에 그의 형님들처럼 묵묵히 사람들을 치료하고 병에 걸리지 않도록 노력 하는 의사들이 있기에 사람들은 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유지하며 산다. 마음병 치료를 위해 세상에 나온 원불교에도 이렇게 묵묵히 현장에서 교도들과 대중의 마음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고, 작은 병이 커지지 않도록 하고, 큰 병이 빨리 나을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는 정법회상의 참 보살들이 많다. 우리의 미래가 희망적인 이유다.

다만 돌팔이 마음병 의사는 되지 말자. 편작이 명의인 것은 스스로 낮출 줄 알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마음병을 치료하는 편작 행세를 하거나 편작처럼 대접받고 싶어질 때는 그 마음이 병들었음을 알자. 

『정산종사법어』 근실편 8장에서는 허식이 곧 개인, 가정, 사회, 국가를 쇠망케 하는 근본이라 했다. 마음이 허식에 사로잡히면 그 자신이 마음병 의사는커녕 오히려 세상의 큰 병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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