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광 교무

[원불교신문=박도광 교무] 한국영화 ‘기생충(parasite)’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기생충’의 중심주제는 지하와 반지하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과 호화주택의 부유한 가정을 대비해 기생하면서 살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긴장과 해학적 유머로 풍자했다. 부유함과 가난함을 숙주와 기생의 관계로 설정하고, 결국 폭력으로 인한 죽음을 유발하는 구도는 계층 간 갈등에 대한 오랜 역사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빈부격차와 계층 간의 대립적 갈등구조는 사회적 소외현상을 야기한다. 분배로부터의 소외, 계층 간의 소외는 대립과 분리현상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세계적으로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는 추세이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OECD 통계자료는 한국의 가난척도가 2007년에 14.8에서 10년 뒤인 2017년에 17.4로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국가통계포털에서도 국내 소득 격차가 너무 크다는 의견에 90%가 동의했다는 조사를 발표했다.(2015년, 매우 동의 33.66%, 동의한다 56.88%) 빈부격차에 대한 체감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양극화와 상호 반감은 우리 사회의 통합과 안정을 위협해 사회 불안요소를 증폭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다. 빈부격차는 하나의 국가나 민족 구성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경제도 국가 간 교역의 불평등 현상이 심각해, 가난한 나라는 더욱 가난해지고 부유한 나라는 더욱 부유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인류사회의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소태산 대종사는 개인의 육체적 질병과 정신적 질병뿐만 아니라, 사회집단의 불평등과 불균형한 사회의 병든 현상을 치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섯 가지 병’의 원인과 현상, 그리고 치유방법에 대한 가르침을 줬다. 1936년에 선원 결제식 법문에는(『회보』21호) 육신에 병이 생기면 병원에서 의약으로 치료하고, 마음에 병이 생기면 도가(道家)에서 도덕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그 역할을 구분했다.『대종경』에서 인류사회 병맥(病脈)의 근원을 ①돈의 병, ②원망의 병, ③의뢰의 병, ④배울 줄 모르는 병 ⑤가르칠 줄 모르는 병, ⑥공익심 없는 병으로 진단했다.

특히 ‘돈의 병’은 현대사회에 치성하고 있는 탐욕적 자본주의와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태산 대종사는 인생의 온갖 향락과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의리나 염치보다 돈을 중시하게 될 때, 윤기(倫氣)가 약해지고 정의(情誼)가 손상을 입게 된다고 봤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학을 장려하고 분수에 편안하는 도를 실천하라고 가르쳤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적용되는 법문이다. 강대국의 우월적 힘을 이용한 약소국에 대한 끊임없는 침탈의 역사는 소위 ‘문명국가’들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현재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미국의 경제외교정책은 자신의 국익만을 위한 전형적인 국가이기주의 모습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육신의 병은 아무리 위중해도 일생에 그치지만, 마음의 병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미래에 죄고의 종자가 될 뿐만 아니라, 인류사회에 커다란 위험이 닥칠 것이라 예견했다. 사회에 만연한 병을 치유하기 위해 안으로는 먼저 자기를 반성하여 병든 마음을 치료하는 동시에, 밖으로는 병든 세상 치료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가르침이 소중한 때이다.

/원광대학교

[2020년 3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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