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보 교무

[원불교신문=신은보 교무] 사회적 재난은 에너지·통신·교통·금융·의료·수도 등 국가기반체계의 마비와 전염병 확산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말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현재 간접적 재난의 형태로 우리의 일상생활과 산업활동을 저해하는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대비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사회적 재난상황에서 종교계의 움직임은 어떠한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경보를 ‘경계’ 단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높이면서 종교계도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개신교는 온라인 예배로 전환하거나 주일 예배를 중단하고 있는 상황이고, 가톨릭 역시 각 교구별 주일예배를 가정예배로 권장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국가적 위기상황이 현재의 재난사태와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한 공포와 바이러스에 의한 공포는 인간에게 ‘죽음’이라는 극심한 불안을 전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사회적 재난사태에 대해 사회 공동체로서의 의무를 다해야한다는 종교계의 태도는 주일 예회나 법회, 각종 모임을 제한하는 것으로 드러내고 있다. 공기로 인한 전파까지 예견되는 상황에서 모임을 제한하는 것은 당연한 결정이다. 

그러나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종교에서 모임의 기능은 단순히 포교활동뿐만 아니라 훈증과 훈련을 통한 공부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결심이라 볼 수 있다. 온라인과 라디오 등 미디어를 통해 법회를 참여할 수 있겠지만 개인의 깨달음은 일방향적 주입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자신이 참여하고 직접 체험하는 과정에서 얻는 깨달음은 함께 신앙하는 공동체원들 간의 양방향적 소통이 중요한 가교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신앙 공동체가 함께 특별한 체험을 공유하는 것은 의미있는 종교활동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활동은 개인의 깨달음이 사회 속에서 이로운 행동으로 나투어졌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소태산 대종사는 법회에 대해 법을 강론하고 법을 훈련하며 신앙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법의 모임이라 통칭했고, 법회도 정례, 월례, 연례법회, 예회, 야회, 수시법회 등 다양한 형태로 훈증이 가능하도록 인도했다. 이러한 형태를 제시한 것은 특정 요일에 특정 공간에서만 법회를 보는 것이 아니라 때와 상황에 맞춰 수행을 대조하고 지견을 연마하는 것이 법회의 목적이며, 나아가 실생활에서 바르게 연마하고 취사하는 삼대력을 양성하는 것이 법회의 공덕이기 때문이다. 

“교무님, 이번 주 교당 영업해요?”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도반에게서 온 연락이다. 이 말을 전해 듣고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우리는 지금 법회를 영업하고 있지 않는가. 법을 파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면 그도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법회는 절대 ‘Sales’가 되어서는 안된다. 교당 안에서만 바르고 선한 존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소태산 대종사의 현실 경전의 그 본의가 법회 존재의 진정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영산선학대학교

[2020년 3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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