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에 대해 감염병 위험 수준의 최고 단계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독일 메르켈 총리가 60~70퍼센트에 달하는 국민의 감염을 예측하고 감염 속도를 늦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에서 현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대응은 여러 나라로부터 성공사례로 인용되고 있으나 집단감염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교단은 앞으로도 정부의 대응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교정원과 원불교 ‘코로나19’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감염 피해 최소화와 국난 극복을 위한 보은활동에 앞장설 것이다.

교단은 창립 이래 처음으로 대중 법회를 쉬고 있다. 불행하게도 이와 같은 사태는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신앙과 수행의 중심이 되어온 법회를 쉬게 된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를 점검해 보자. 정(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공부와 준비를 소홀히 할 순 없다. 

첫째, 상시훈련 정착의 계기로 삼자. 원래 우리 교법은 대중 집회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지도력 갖춘 단장을 중심으로 9인의 단원들이 상시훈련을 하다가 정례로 모여서 문답·감정·해오의 교당내왕시주의사항으로 공부하는 것이 기본이다. 각 가정과 일터를 마음공부와 보은의 장으로 삼는다. 대중 법회를 쉬는 이 시기에 소태산 대종사의 본의를 헤아리며 상시훈련에 오롯이 매진하자. 

둘째, 교화단 강화의 기회로 삼자. 10인 1단의 조직은 교단의 기본 조직으로 공부, 교화, 사업, 통치의 중심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하나의 교화단은 하나의 작은 교단이라고 할 수 있다. 교당이라는 건물이 없어도 교법과 교화단 조직만 있다면 우리 교단은 발전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교화단 중심의 교화에 집중할 때이다. 

셋째, 미래교화를 준비하자. 그동안 교단은 온라인 법회를 장려하고, 그에 걸맞은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시대를 따라가는 대응을 넘어 시대를 선도하는 미래지향적 교화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 상시훈련과 교화단 중심의 교화라는 선진적 제도에 첨단의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하는 혁신적 실험들이 필요한 이유다. 

소태산 대종사는 법위등급에서 여래위를 “동하여도 분별에 착이 없고 정하여도 분별이 절도에 맞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이에 대해 대산 종사는 이렇게 부연했다. “세상을 위해 일할 때는 착 없이 하고, 정할 때는 도를 품고 숨어서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이니라. 대종사께서도 대각하신 후 변산에 가시어 교법을 제정하신 것은 태평양의 많은 고기를 맨손으로 잡지 않고 뒤로 물러나 그물을 짜신 것과 같으니라.” 정할 수밖에 없는 이때에 공부 표준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2020년 3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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