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선언, 2020년 3월의 봄이 얼어붙다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배려의 마음이 필요

[원불교신문=윤관명] 3월은 움추린 몸과 마음을 펴고, 화사한 봄꽃을 맞이하는 계절이다. 새학기를 맞아 입학을 준비하는 신입생들의 들뜬 표정들이 연상된다. 올 3월에는 이런 모습들을 볼 수 없을지 모른다. 지난해 부터 계획된 단체의 일정이 취소되고, 거리와 가게는 한산하다. 공공장소의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작은 기침소리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겨울은 벌써 지났지만 모두가 잔뜩 움추린채 얼어붙었다. 이유는 ‘코로나19’라는 신종 바이러스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3월11일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감염병 위기 상태’를 뜻하는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팬데믹은 사람들이 면역력을 갖고 있지 않은 신종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어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WHO 최고 위험 단계를 뜻한다. WHO의 팬데믹 선언은 1968년 ‘홍콩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전 세계는 신종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루고 있다. 우리는 이 위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신종 바이러스는 어디서 왔는가
‘코로나19’는 감기를 유발하는 3대 바이러스 중 하나다. 확대해 보면 표면 돌기가 왕관 모양과 비슷해 왕관을 뜻하는 라틴어 코로나(Corona)란 이름으로 불린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뱀일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학자들의 중론은 박쥐라고 한다. 현재까지는 해당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발원해 중간숙주인 천산갑을 매개로 인간에게 전파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즉, 박쥐가 천산갑에 바이러스를 옮기고 다시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켰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박쥐와 천산갑이 우리를 위협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천산갑은 중국인들 사이 보양에 좋다고 알려지며 무분별하게 포획되고 식용으로 팔린다. 박쥐 역시 다르지 않아 ‘코로나19’ 비상사태인 현재도 중국 온라인 쇼핑몰은 말린 박쥐를 식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코로나19’ 발병지인 중국 우한의 시장에는 100종이 넘는 야생동물이 거래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동물이 아닌 사람의 욕심에 의해 발생한 인재(人災)라 하겠다.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올해 1월11일 첫 사망자가 나왔다. 이후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권 중심으로 확산됐다. 최근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는 14일 당일에 3497명의 확진자와 175명의 사망자가 추가됐다. 현재(16일기준) 전세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6만을 넘었고, 사망자는 6천명을 넘어섰다.
 

최대변수로 작용한 31번 확진자와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
한국은 1월20일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하고 2월16일까지 30명에 머물렀다. 증가수는 하루 1~2명에 그쳤고, 확진자 동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안정됐다. 그러다가 2월18일 대구에서 31번 확진자가 나타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신천지 신도로 밝혀진 31번 환자는 자가격리 판정 후에도 수천명이 모인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에서 예배를 봤다. 이로부터 확진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신천지의 폐쇄성과 신분을 감추려는 신천지 신도들의 비협조로 질병관리본부는 현재도 ‘코로나19’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의 위기경보 ‘심각’ 단계와 원불교의 선제적 대응
대구경북지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했다. 정부는 2월23일 ‘코로나19’ 위기경보 ‘심각’ 단계로 격상했으며 각 종교단체에 대중이 모이는 법회와 예배를 자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원불교는 ‘코로나19’ 대책위원회를 꾸려 신속하게 대응했다. 1,2차 대책회의를 통해 각 교당과 기관의 대중법회 및 행사를 잠정 중단하고 감염 예방을 위한 지침을 전달했다. ‘코로나19’ 초기에 마스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불교 중국교구 및 중국교민사회을 위해 세계봉공재단, 은혜심기운동본부, 원불교 재해재난구호대, 원불교 중앙봉공회, 원불교 국제부, 원불교 공익복지부 등 교단 내 단체들이 힘을 모아 3만 개 이상의 마스크를 지원했다. 이후부터 대구경북지역에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면서 원불교 봉공회는 대구소방공무원을 위한 밥차 지원과 천마스크 제작 배포 등 활발한 봉공활동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보다 위험한 정신의 바이러스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 이보다 더 위험한 바이러스가 가까이 있다.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는 바이러스다. 그것은 스트레스와 거짓정보 그리고 혐오다. 

첫 번째 ‘스트레스’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심리적 육체적 그리고 경제적 고통이다. 아이들은 집안에 갇혀있어 답답하고 부모는 아이들의 짜증을 받아주기에 힘들다. 확진자와 주변인들은 고통과 불안을 안고 격리되어야 한다. 사회 경제가 멈추면 저소득자와 영세자영업자가 먼저 타격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을 견뎌야하는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힌다. 

두 번째 ‘거짓정보’는 의도적인 거짓과 어리석은 거짓이 있다. 사람들에게 불안을 조성하는 것으로 이익을 얻고자 가짜뉴스, 왜곡보도를 하는 언론과 미디어는 의도적인 거짓이며, 가짜 정보를 진짜로 알고 개인 SNS를 통해 퍼나르는 것은 어리석은 거짓이다. 이런 거짓정보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 번째 ‘혐오’는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부터 논란이 있었다. ‘우한폐렴’이라는 이름으로 발생지를 이름으로 쓰면서 서양인들이 중국인과 아시아인들을 혐오,비하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WHO의 권고가 있었음에도 한국의 주요 일간지와 정치계는 ‘우한폐렴’이라 부르며 중국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겼다. 이러한 정신적 바이러스는 물리적 바이러스 만큼이나 위험하고 전파력이 강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KF80이상 마스크로 예방할 수 있으나, 정신적 바이러스는 그럴 수 없다.  우리는 거짓정보과 혐오를 차단하고, 스트레스로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마스크를 준비해야 한다. 온전한 마음을 챙기고, 사실과 진실을 알아차리고, 배려의 손길을 건내야 한다. (다음호에 계속)

[2020년 3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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