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개발하고
덜 만들고 덜 쓰자

조경철 교무

[원불교신문=조경철 교무] 전세계가, 대한민국 전역이 코로나 19라고 하는 우리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의 급습으로 인해 가히 패닉상태라 할 만큼 엄청난 충격과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감염에 대한 공포는 단순한 공포를 넘어서 세계 경제를 뿌리 채 흔들고 있다. 골목 상권의 자영업자에서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규모와 업종을 불문하고 존폐의 기로에서 상가의 불빛은 꺼져가고 도심은 인적을 찾아보기 힘든 유령 도시화 되어가고 있다.

더욱이 특정 종교의 신도들로부터 집단적 감염사태가 발생함으로써 종교인들을 기피하거나 종교의 존재 자체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 나가는 상황에 도달하게 됐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되는 단체 행사는 물론이고 종교 의식까지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게 됐다.

세계적인 팬데믹(Pandemic) 상황까지 직면하게 된 코로나19의 시작은 인간의 생활공간과는 동떨어진 음습한 동굴에서 서식하는 박쥐가 1차 숙주라고 한다. 과연 이번 사태가 박쥐가 의도적으로 인류를 향한 공격을 시도한 것일까? 그 동안의 과정을 복기(復棋)해 보면 박쥐가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 아니라 인류의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파괴로 인해 생존환경을 침범당한 수많은 생명체들이 어쩔 수 없이 인류의 생활공간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지구는 인류만의 소유도 아니고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만의 것도 아님을 명심해야 할 때이며, 이 지구는 모든 생령들이 공존해야 할 기반이고 후래 세대를 위해 소중히 가꿔 가야 할 공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직 인류가 겪어보지 못했던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그 치료법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지금의 현실보다 더 무서운 것은 마음의 병을 다스리지 못하게 되면 물질을 사용해야 할 정신의 세력이 무너져 결국 인류는 파멸의 길로 스스로 찾아들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가 고통 받고 있는 코로나19를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현명한 인류는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찾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병은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의 육신에 나타나지만 그 병근을 찾아보면 한 뿌리이듯이 우리 마음의 병 또한, 그 근원을 찾아 파고 또 파고 보면 결국 그 마지막에는, 끝을 모르는 인간의 탐욕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를 공포에 몰아넣는 코로나19도 결국은 끝을 모르는 인류의 탐욕이 빚어낸 자승자박의 결과임을 마음깊이 새겨, 결코 좌절하지 말고 이 위기를 잘 극복해 내서, 모든 생명체가 공존할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변곡점으로써의 소중한 디딤돌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지구촌에 함께 살아가는 인류 동포 모두가 지금까지의 인간 위주·인간 우선인 인간 중심의 인간주의에서 벗어나, 모든 생령이 공존할 수 있는 역 인간주의로 생명을 돌아보는 생명주의로 전환해 그 동안의 상처를 치유하고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지구 공동체를 만들어 갈 때 지금 우리를 이토록 힘들게 하는 변종 바이러스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임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경산상사는 “너무 많이 개발하니 생태계의 문제가 생기고, 너무 많이 만드니 자연이 훼손되고, 또 우리가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3덜 운동을 제안했는데, 3덜 운동이란 덜 개발하고 덜 만들고 덜 쓰고의 3가지를 덜 하자는 것이다. 생활 속 실천 강령으로서의 3덜 운동을 통해 우리의 탐욕을 덜어내 간다면, 또 다른 가면을 쓰고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새로운 탐욕 바이러스의 공격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군산교당

[2020년 3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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