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보 교무

[원불교신문=신은보 교무] 여느 해와 같다면 3월에는 학교기관에서 입학식을 통해 새 학기의 시작을 알리게 된다. 올해는 개강과 개학이 연기되면서 입학식도 대부분 취소가 된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적 상황에서의 취소가 아닌 개인 스스로 입학취소를 할 수 밖에 없는 한 여성이 있다. 

숙명여대 20학번이 될 A씨는 지난해 8월 태국에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이다. A씨의 합격 사실이 알려지며 학교 안팎에서는 찬반 논란이 일었다. 동문들을 중심으로 “입학을 환영한다”라는 성명서가 발표되는 한편 “여성의 공간을 침해하려 한다”라는 반박 대자보도 붙었다. 숙명여대 법학과대학에 합격한 A씨는 결국 입학 포기 결정을 내렸다.

성소수자(sexual minority, LGBT)는 성적 지향에 따라 동성애, 양성애, 범성애, 무성애 등으로 구분되고, 성정체성에 따라 트랜스젠더, 시스젠더, 젠더퀴어 등으로 구분된다. 성소수자의 인권운동은 미국에서 1969년 일어난 스톤월 항쟁을 계기로 시작됐으며, 항쟁 1주기를 맞아 첫 번째 퀴어 퍼레이드가 뉴욕에서 개최되고 2015년에는 동성결혼이 합법화됐다. 2015년 기준 미국을 포함해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국가는 20여 개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성소수자의 인권운동이 시작돼 2000년 민주노동당에 의해 성소수자 위원회가 구성됐으며, 서울과 대구 등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현재 다양한 성소수자와 함께 공존하는 세상에서 성적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무시되는 세상은 누구를 위한 세상일까? 종교는 누구보다도 더 차별에 앞장서서 신 앞에 진리 앞에 모두가 평등해야한다는 원칙과 신념을 지켜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방관하고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기독교 대학 내 성소수자 모임은 징계·색출·아웃팅 위협부터 행정 차별, 혐오 시위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단 신학교들은 성소수자와 그들의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까지 입학을 불허하고, 적발 시 퇴학 처분한다는 규정을 만들기도 했다. 

현 교단의 입장도 다른 종교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세상에는 사람의 고하가 있고 직업의 귀천이 있으나, 불성에는 차별이 없나니, 이 원리를 알지 못하고 다만 그러한 사람이 내왕한다 하여 함께 배우기를 꺼려한다면, 도리어 그 사람이 제도하기 어려운 사람이니라.” 소태산 대종사가 영산에 있을 때 창부 몇몇이 입교해 다니는 것을 보고 꺼리는 사람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결정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무비판적인 수용은 자칫 교법에 대한 오해와 대중의 의견을 무시하는 형태로 드러날 수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다른 교단의 움직임에 눈치보며 쫓아가기만 하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인가. 

다양성이 존중되어야하는 현 시대에 ‘새 종교’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교단의 선진적인 입장이 중요하다고 본다. 

/영산선학대학교

[2020년 3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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