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광 교무

[원불교신문=박도광 교무] 역사적으로 시민사회의 공공(公共)윤리에 대한 인식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리 적용돼왔다. 개인은 사회집단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구성요소이며, 사회집단은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소통시키면서 통합적 구성체를 형성한다. 공공성에 대한 논의는 개인의 사적 영역과 사회집단·민족·국가 등 공적 영역과의 관계성을 규정하고 상호의 관계를 긴밀하게 소통시키는 중요한 과제이다.

시민사회의 공공윤리에 있어, ‘공(公)’은 개인의 사적(私的)인 영역을 넘어 사회집단, 민족, 국가 등 공적 영역을 의미한다. 반면, ‘공(共)’은 구성원들 간에 서로 함께 소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 공공성은 공적 영역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개인의 자유의지·인권·재산권 등을 확보하고 시민사회의 보편적 윤리를 실천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공공윤리는 실천적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질병이 중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확장 추세에 있다. 한국사회도 심각한 상황이다. 국내의 코로나19 확산원인은 보건의식과 시민사회의 공공윤리 부재에 의한 경우가 태반이다.

한 예로, 신천지 종교집단은 질병감염의 심각한 근원지임에도 불구하고, 회합참여자에 대한 미진한 정보제공과 늑장 대처가 전반적인 사회문제로 야기됐다. 질병의 심각성에 대한 무지, 개인의 이기적 행동, 폐쇄적 종교집단의 운영방식 등이 감염확산 원인을 제공하고 사회혼란을 가증시킨 셈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대각을 이룬 후 시국을 살펴보고 세상이 병들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 사회의 ‘공익심 없는 병’은 “과거 수천년 동안 내려온 개인주의가 은산 철벽같이 굳어져서모든 공익 기관이 거의 피폐하는 현상”이라 했다. 이러한 ‘공익심 없는 병’을 그대로 묵과하거나 치료의 성의가 없게 되면, 그 사회는 불완전하고 부패한 사회가 되어 파멸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어느 한 과객이 밥을 차려줬지만 상에서 먹지 않고 밥을 싸가지고 바깥에 나가서 먹자, 소태산 대종사는 그 이유를 물었다. 그가 자신이 무서운 전염병에 걸려 다른 사람에게 몹쓸 병을 남겨 주지 않기 위함이라고 대답하자, 그를 무수히 칭찬했다. 이는 당시에 스스로 자가 격리를 통해 질병확산을 막고자 한 감염환자의 보건의식과 공중의식을 보여준 것이다. 코로나19 의심 증상 시 관할보건소 또는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 상담후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아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나 자신만이 아니라 가까운 가족과 이웃을 위해 자가 격리, 또는 자신의 증상을 숨기지 않고 적극적 치료를 통해 지역사회 질병 확산을 막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소태산 대종사는 공익심 없는 이기주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선 ‘큰 나’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큰 나’의 발견은 “남을 위하는 것이 나를 위하는 것이 되고 너른 세계 위하는 것이 내 집안 위하는 것”이 된다고 했다. 결국,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 개인주의를 넘어 너른 세계를 향한 열린 마음이 병든 사회를 치유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봉사진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대구 경북지역에 급증하고 있는 환자들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소태산 대종사가 밝혀준 공익의 정신으로 지역사회에 질병감염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합력하고 환자치료를 위해 국가차원의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할 때이다.

/원광대학교

[2020년 3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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