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들은 언론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을까. 결과는 참담하다. 38개국 가운데 38위로 최하위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9’의 보고다. 매체별로 편차는 있겠지만 언론에 대한 신뢰가 전반적으로 낮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종이 신문의 구독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지 오래인데, 그마저도 온갖 꼼수를 동원해 나온 과장된 수치로 보는 것이 옳다. 발행 부수를 부풀리기 위해서 포장지를 뜯지도 않은 신문 뭉치들이 그대로 계란판 공장으로 직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언론 소비자들은 거대 언론사의 보도라고 해도 그 내용을 그대로 믿지 않는다. 언론이 사회적 공기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과도한 이윤 추구와 정파적 편향성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언론이 직면한 현실을 감지할 수 있다. 네티즌들은 기자의 맞춤법 실력, 사실과 부합 여부, 숨겨진 관점과 의도까지 예리하게 읽어내며 뼈아픈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다행히 ‘국경 없는 기자회’에서 평가하는 ‘세계 언론 자유 지수’가 지난 정부 시절 70위에서 40위 수준으로 크게 올라 위안이 된다. 

유튜브를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개인 미디어의 폭증과 영향력 확대는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과 높아진 언론 자유 환경이 빚어낸 자연스러운 결과다. 언론 환경의 급속한 변화는 기존 언론의 해체를 가속화 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초미의 관심사는 코로나19의 극복과 국회의원 선거다. 이 같은 국가 대사 앞에서도 언론의 구태는 반복되고 있다. 언론만이 아니라 종교도 우려스럽다. 

신앙이라는 미명 아래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치하고 정파적 의도를 노골화하기도 한다. 독선적 신념으로 타종교를 비방하는 언동도 자행된다. 

사태의 진정과 국민의 마음건강에 앞장서야 할 종교인들이 오히려 건전한 상식을 가진 국민들을 걱정스럽게 만들고 있으니 매우 안타깝다. 대중을 그릇 인도하는 타락한 종교인들이 하루빨리 종교 본연의 사명과 역할에 충실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코로나19 사태라는 큰 경계로 인해 그 동안 가면 속에 감추어져 있던 모습들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언론과 종교가 그렇다. “…종교도 이 앞으로 우후죽순같이 천교 만교가 이곳저곳에서 한정 없이 나와가지고 다 각기 제 법이 제일이라고 주장하고 나설 것이나, 결국 나라에서 또는 세계에서 종교의 심판기를 지내고 나 보아야 그 진가를 알게 될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의 법문이다.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자. 심판기가 오고 있다.

[2020년 3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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