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해결한 공공갈등, 기회·전환점
혐오와 차별 넘기 위한 배움과 노력
종교공동체는 훈련의 장소

정주진 평화갈등연구소장
평화학 박사

과거에는 제국주의적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인종과 같은 생물학적 외형의 차이에서 차별과 혐오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점점 더 광범위하게 드러나고 있다. 자신이 속한 개인과 집단의 가치 우월성의 태도를 취하기 위해 다른 차이를 절대적 차별로 규정하는 기준을 만들어 낸다. 사태 초기에는 중국과 우한지역이었고, 지역사회까지 전염되면서는 31번환자와 신천지, 대구지역 등으로 코로나19와 더불어 혐오까지도 전파되고 있었다. 이러한 원인이 무엇이며, 개인이나 종교가 평화구축을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평화갈등연구소의 정주진 박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평화갈등연구소(https://peacecon-flict.or.kr)는 평화(Peace)와 갈등해결(Conflict Resolution)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웹서비스를 하는 1인 연구소이며, 학문적으로는 평화학(Peace Studies)에 기반을 두고 있다. 평화학은 세상의 폭력을 규명하고, 폭력의 감소 및 제거에 기여할 사회 환경을 연구하며, 이론화된 연구 결과를 실천하는 학문이다. 평화갈등연구소는 사회 변화에 기여하기 위한 연구와 고민을 하고 그것을 나누고자 하며, 평화를 깨고 사람들에게 폭력이 되는 갈등을 고민하고 해결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사회 변화와 사람들의 평화로운 공존에 기여한다는 가치를 교육 프로그램에 담고 있으며, 동시에 지식을 다양한 사람들과 나눠야 한다는 연구자의 사회적 의무를 목적으로 하는 연구소다. 


평화갈등연구소의 역할은 무엇인가.
평화학 전공자의 정체성을 살리고 평화연구에 집중하기 위해 평화갈등연구소라는 1인연구소를 시작했다. 또한 대학이나 사회에서 평화학과 갈등해결 적용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전공자로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었다. 평화와 갈등해결 연구 및 실천의 시각으로 꾸준히 글을 쓰며, 연구 자료도 올리고 활동과 책도 소개하고 있다. 평화학과 갈등해결 이론 및 실천과 관련해서는 제법 많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소 사이트에 올린 내 글들을 읽고 연구와 공부에 도움이 됐다는 사람들을 만나면 보람을 느낀다.


흔히 갈등이라고 하면 부정적이고 피해야하는 상황으로 알고 있는데, 갈등이 개인·관계·문화·구조를 변화시키는 기회와 전환점이 된다고 한다. 공공갈등은 무엇인가. 
공공갈등은 정책이나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그리고 그에 저항하는 지역사회나 주민이 대립하고 충돌하면서 생긴다. 많은 사회갈등이 공공갈등이기도 한다. 특히 공공갈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많은 사람이 말 그대로 ‘공공’을 위한 것인데 저항하는 지역이나 주민에게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고, 여전히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공공갈등은 모든 사회에 존재하고 어떻게 잘 대응하고 해결하느냐에 따라 사회는 더 발전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공공갈등도 잘 다루고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대응 및 해결 역량이 키워지고, 시민과 공공기관과 사이 관계가 협력관계로 발전하고, 사회 구조가 변하고, 갈등에 대응하는 개인과 사회 전체의 문화가 변할 수 있다. 
 

정주진 소장의 저서들은 우리 주변의 평화이슈나 일상의 갈등문제을 알기 쉽게 풀어낸다.

예전의 인종차별은 인종이나 민족과 같이 거대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이제는 인종차별이 개인과 집단을 중심으로 세분화 되고 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
우리는 여전히 집단주의 문화가 강하고 그래서 배타적 정서 또한 강하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우리의 문화 DNA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 교육, 배움, 성찰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예멘 난민에 대한 사회적 거부와 혐오가 한창이었을 때도 비슷한 진단을 제시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런 핑계를 대는 것은 혐오하고 차별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세상에는 분명하게 옳지 않은 것이 있다. 혐오와 차별이 그렇다. 어떤 이유로도 인간이 인간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인 것이고,  없애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절대 안 되는 일, 그리고 옳지 않은 것이고 반인권적, 반인류적이라는 인식과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누구도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지 않고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또 혐오하고 차별하는 사람의 인간성 또한 상실된다.


종교가 사회의 순기능 역할도 있지만, 이번 신천지의 모습을 보더라도 악기능 역할이 되기도 한다. 한국사회의 평화를 위해 종교가 진정으로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가.
종교는 분명 순기능을 한다. 사람들에게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고, 노인, 어린이, 취약계층 등을 보살피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지나치게 종교적인 면이 있다. 내가 찾은 답 하나는 많은 사람이 자존감이 낮고, 그래서 누군가에 의존하려는 심리가 강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했기 때문이기도 한다. 스스로 고민하고 탐구하고 성찰한 후 답을 찾거나 또는 실수를 통해 스스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보다 ‘잘난’ 사람이나 ‘어른’에게서 좀 더 쉽게 찾으려 하는 것 같다.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성인은 연장자에게서, 그리고 많은 사람이 종교지도자에게서 인생의 답을 찾으려고 한다. 그런 면 때문에 한국에서 종교집단이 성장하기도 했다. 

이제 종교는 그런 식으로 신자들을 훈련하고 길들이는 것을 멈춰야 한다. 종교공동체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훈련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종교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바보 신자를 만드는 일을 이제 그만두고 독립적이고 창의적이고 포용적인 사회 구성원을 훈련시키고 기르는 데 앞장서야 한다.


 ‘평화’는 무엇인가. 향후 ‘평화갈등연구소’의 계획에 대해
평화는 한 마디로 ‘함께 잘사는 것’이다. 다른 말로 ‘공존’이라 한다. 말은 쉽지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누군가 계속 그 말을 하고 필요성을 얘기하면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에서도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평화갈등연구소를 통해서는 평화와 갈등해결의 시각으로 사회 현안이 생길 때마다 글을 쓰는 것이 내가 기본적으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에는 우리 사회 다양한 문제를 다룬 정주진의 평화특강,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를 다룬 10대와 통하는 평화통일 이야기라는 책을 냈다. 모두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두 책을 계기로 다양한 대중과 만나 얘기하고 생각을 나누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리=전철후 교무ㆍ개벽플랫폼 대표

[2020년 3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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