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위안인가 위협인가, 종교의 가치와 책임 다시 생각해야
진리적 신앙과 현실적 수행의 중요성 실감, 종교 의미 되살려야

[원불교신문=윤관명] 현재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화장지와 식료품 사재기로 생필품 매장이 텅비고 있다. 이것은 코로나19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급속도로 퍼졌기 때문이다. 국내는 의료진이 사용해야 할 의료용 마스크 마저 부족해 ‘마스크 5부제’를 실시 중이다. 질병관리본부의 ‘마스크 바른 사용법’에는 KF80 이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경우와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를 안내하고 있다. 선택적 마스크 사용으로 마스크 대란 상황에도 의료진과 질병관리 업무에는 차질이 없어야 하겠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치명적인가
코로나19는 바이러스다. 세균과 달리 자체 증식이 불가능하며 숙주가 있어야 증식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면대면 상황에서 감염자의 침방울이나 감염자가 오염시킨 물건을 접촉했을 경우에 전염이 된다. 혼잡하지 않은 야외나 개인 공간에서는 마스크가 필요하지 않다. 봄철 유행하는 황사와 일상화된 미세먼지에 대비하는 마스크가 방어를 위한 목적이라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마스크 사용은 감염자가 상대방에게 전염시키지 않도록 하는 목적이 크다. 

우리가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일찍 얻었다면 감염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적었을 것이며, 마스크 대란은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은 코로나19에 대한 바른 정보와 정부의 마스크 사용지침을 신속정확하게 전달하기보다 마스크 부족과 정부의 대응을 의심하는 등 불신과 불안을 조장했다. 이런 거짓정보와 가짜뉴스는 각종 SNS를 통해 급속도로 전달되어 공포감을 증폭시켰다. 이것이 미국의 ‘화장지·생필품 사재기’로 현실화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충분히 대응 가능한 질병이다. 다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는냐’에 달렸다. 


종교는 어떻게 인류를 위협하고 있나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는 22일 현재 1천5백명을 육박하고, 확진자 수는 33만을 넘어섰다. 국내는 확진자 감소추세에 있으나 종교시설과 의료시설에서 집단감염 발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불교, 가톨릭과 불교 등 종교계에서는 정부의 권고에 따라 종교행사를 중단 또는 연기하기로 발표했다. 그러나 일부 개신교 교회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며 집단 예배를 강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초기 신천지 교회로 부터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유사종교에 대한 반감이 확산됐다. 이어 개신교의 종교활동으로 인해 집단감염이 이어지면서 종교에 대한 반감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대부분의 종교단체는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커다란 변화의 흐름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21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그 내용은 22일부터 내달 5일까지 종교시설,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 등 집담감염이 우려되는 시설에 대한 운영 중단권고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집단발병 총 95건 중 종교시설이 11건(12.1%)으로 건당 평균 17.2명의 환자가, 실내 체육시설 1건에서도 환자 116명이 발생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종교시설,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 운영자들은 불가피하게 운영을 할 경우에는 방역당국이 정한 준수사항을 철저히 지켜야한다. 종교시설의 경우 유증상 종사자는 즉시 퇴근해야 하며, 출입구에서 발열·호흡기 증상 여부 등을 확인해 대장을 작성해야 한다. 종교행사 참여자는 간격을 최소 1~2m 이상 유지해야 하며, 단체 식사 제공이 금지된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행정명령을 내리는 동시에 안전지침을 위반하여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입원, 치료비와 수반되는 방역비에 대해 손해배상(구상권)을 청구하게다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각 종교단체마다 안전지침을 발표하고 있다. 
 

무엇을 예측하고 준비할 것인가
원불교 ‘코로나19’ 대책위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신속한 대응을 해왔다. 각 교당의 대중법회 중단과 원불교 봉공회의 자원봉사 활동은 매우 긍적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교화현장의 어려움에 대한 우리의 준비는 부족해 보인다. 규모가 있는 교당과 온라인 장비 사용이 원활한 교역자는 발빠른 대응으로 영상설교를 제작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교화활동을 하고 있으나, 영세교당과 대부분의 교역자에게는 낯설고 어려운 일이다. 이것이 위기임에도 기회라 생각된다. 이미 시대는 온라인화 됐고 현대인들은 법당에 모여 법회를 보기보다 영상을 통한 영적 체험에 익숙해졌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물안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깨닫는 소중한 기회로 봐야 한다. 분명 코로나19 이후는 이전과 달리 종교에 있어서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될 것이다. 그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코로나19가 던진 질문에 답해야
첫째, 우리는 코로나19로 마음이 불안한 이들을 위해 함께 해야한다. 현실에 대한 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적절한 대응을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은 종교의 기본 의무이자 책임이며, 기도와 수행은 우리의 자산이다. 정부의 권고와 지침에 따라 협력하면서 창의적인 방법으로 교도와 주변 인연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전해야 한다. 대중법회가 쉬는 가운데 가정에서는 가족이 함께 모여 가정법회를 통해 가족간의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카카오톡과 밴드를 이용한 교무님과의 온라인 문답감정 그리고 기도가 효과적일 것이다. 단절된 상황 속에서도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둘째, 종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현대사회는 점차 종교의 필요성과 유익성을 의심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의 진원지가 된 신천지 전도방법이 공개되면서 진리적 신앙과 현실적 수행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무아봉공의 정신을 실천하는 원불교 봉공회와 이웃종교의 선한 활동은 이 땅에 종교가 있어야 하는 의미를 되살린다. 더 나아가 종교적 의례가 법당 안에 머물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 나아가 낮은 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손을 잡는 실천으로 이어질 것을 희망한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 재난 지역으로 달려가 살아있는 설법을 몸으로 전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셋째, 신뢰와 협력으로 위기를 극복하자. 
코로나19 초기, 한국은 폭발적인 확진자 증가로 각국으로부터 입국제한 조치를 당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의 코로나19 검사는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다. 확진자가 급증하는 나라들은 한국산 진단키트를 받기위해 줄서고, 승차진단 방식이 수출됐다. 각국 정상들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신뢰해 전폭적인 협력을 요청하고 있으며, 해외에서 벌어지는 ‘생필품 사재기’ 현상을 국내에서 볼수 없는 이유는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이런 국면에도 불신과 혐오의 목소리가 있으나 성숙한 다수의 국민은 차분히 대응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노아 하라리 작가는 파이낸셜타임즈(Financial Times) 기고를 통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는 시민적 역량강화와 글로벌 연대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투명한 정보공유와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집단지성으로 위기를 해결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코로나19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교단은 차분히 잘 대응하고 있으나 앞으로 교화현장에 닥칠 상황을 예측하고 준비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 이것은 교단 행정부만의 몫이 아니다. 교단 구성원 모두 동참해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해야 할 때다. 과거 원불교는 어려운 위기를 합력으로 극복해 왔다. 이번 코로나19도 무사히 잘 해결할 것으로 희망한다.
 

무아봉공의 정신을 실천하는 원불교 봉공회의 활동은 종교의 의미를 되살린다. 

[2020년 3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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