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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와 종교담론 完. 세상을 구하기 위한 법인기도法認祈禱
현대사회와 종교담론 完. 세상을 구하기 위한 법인기도法認祈禱
  • 박도광 교무
  • 승인 2020.03.25
  • 호수 19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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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광 교무
박도광 교무

[원불교신문=박도광 교무] 한국은 고대로부터 ‘한울님’, ‘하늘님’, ‘한임’ 또는 ‘천신(天神)’ 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제천(祭天)의례와 민중 차원의 제천의례가 전승돼왔다. 제천의례는 한민족의 자주적 독립성과 역사적 정체성을 이어가는 중요한 의례로 여겨져 왔다. 

또한 하늘의 자손, 즉 천손(天孫)으로서 하늘 조상에게 드리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고대로부터 고려조까지 이어져 왔던 제천의례는 조선조에 와서 중단됐다. 그러나 조선 후기 근대 한국사회의 혼란기에는 민중이 주체가 된 제천의례가 오히려 강화됐다.

원불교의 법인기도(法認祈禱)는 소태산 대종사와 9인 제자들이 1919년 3월 26일(음)에 시작해 동년 10월 6일(음)까지 영산의 아홉 봉우리 산상에서 하늘에 기도를 드린 신앙운동이다. 현대사회에 원불교 법인기도가 갖는 특별한 의미는 무엇인가?

첫째, 원불교 신앙과 수행의 원형을 보여준 것이 바로 법인기도이다. 그동안 행했던 민간 신앙적 ‘천제’를 체계화해 새로운 개벽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기도의례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1919년 3월 1일 전국에서 독립 만세운동이 일어나자 “개벽을 재촉하는 상두 소리니 바쁘다. 어서 방언 마치고 기도드리자”라고 했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물질문명에 휩싸여 노예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음을 안타깝게 여기고 “전일한 마음과 지극한 정성으로 모든 사람의 정신이 물질에 끌리지 아니하고 물질을 사용하는 사람이 되어주기를 천지에 기도하여 천의에 감동”시키자고 했다. 법인기도는 새로운 개벽시대가 도래함을 예견하고 은혜로 가득한 광대무량한 낙원 세계를 이루기 위해 창생 구원을 목적으로 한 기도이다.

둘째, 법인기도의 과정에서 죽음과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구원에 대한 내용은 종교체험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육체적 탄생을 제 1의 탄생이라고 한다면, 정신적 또는 영적 생명의 탄생은 제2의 탄생이라 볼 수 있다. 제2의 영적 탄생은 종교의례를 통해서 이뤄지거나 종교적 신비체험을 통해 이뤄진다. 

법인기도는 9인 제자들이 살신성인(殺身成仁)의 희생적 기도를 통해 개인뿐만 아니라 인류사회의 새로운 정신적 생명의 탄생을 이루고자 한 것이다. 희생제의 성격을 지니면서도 세속의 사사로운 개인이 죽는 상징적 의례과정을 거쳐, 새로운 세계 공명(公名)으로 다시 살아나도록 했다. 아홉 제자 모두가 죽음을 각오하고 성불제중과 제생의세의 공적인 삶을 살도록 한 것이다.

셋째, 법인기도 당시 기도하는 산봉우리에 세운 팔괘기(八卦旗)는 의례의 주체자인 10인 1단의 구성원들이 우주적 합일체로서의 상징적 의미를 부각시켰다. 소태산 대종사와 9인 제자들이 하늘과 땅 그리고 8방을 응하는 존재로서 시방세계(十方世界)와 더불어 서로 감응하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아홉 봉우리 산에 올라 200일 넘게 기도를 올린 것은 종교의 성스러움의 세계와 하나가 되는 과정을 보여준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법인기도를 통해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주체적으로 새로운 생명을 자각하고 체득하는 궁극적 종교체험을 함께 공유하도록 했다. 우리 모두가 진리와 스승과 하나 되어 천의(天意)를 감동시키고 각자의 몸에 모든 생령을 제도할 책임이 있음을 자각하고 성심을 다해 실천하는 새로운 종교적 각성이 필요한 때이다.

/원광대학교

[2020년 3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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