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인숙) 교도

[원불교신문=김명진 교도] 탈종교시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정말 종교가 필요 없는 시대인가? 페이스북 친구가 많아도, 하루 종일 카톡을 해도 여전히 우리는 외롭다. 또한 언젠가 마주하게 될 죽음을 생각하면 외로움을 너머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이러한 현상에 휘둘리며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원불교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대종경』 천도품에 따르면 삶과 죽음은 ‘가고 오는 것도 없고, 죽고 나는 것도 없는’ 것이다. 생사의 이치, 즉 생은 사의 근본이요 사는 생의 근본이라는 이치에 대한 깨달음이다. 

나이가 사십이 넘으면 죽음 보따리를 챙기기 시작하라는 법문이 떠오른다. 진리적 종교의 신앙을 통해 생사의 이치를 깨우치고,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통해 죽음 보따리의 내용물을 채워야 할 것이다.  

생사해탈을 위한 사실적 도덕의 훈련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인간수명은 80세를 넘어서고, 연명치료를 받는 기간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달라진 시대환경에서 원불교는 죽음을 준비하는 법을 어떻게 제시하고 있는가. 즉, 죽음을 대비한 사실적 훈련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가. 원불교의 특성에 맞는 사실적 훈련 몇 가지를 생각해본다.  

첫째, 사실적 도덕의 훈련은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를 사실적으로 연마하는 것이다. 신체적인, 심리적인, 경제적인, 사회적인, 의학적인 지식을 갖추고, 삶의 존엄한 마무리에 필요한 의학적인 지식과 관련 법률지식의 습득이 필요하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항암치료 방식, 연명치료의향서, 안락사 등에 대한 장단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 과정에서 원불교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서울시 다산콜센터처럼 각종 의료기관, 교육기관, 사회복지기관, 연구소, 언론출판기관 등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개인별로 생사해탈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에 맞춰 원불교 훈련프로그램을 즉, 사회보험, 병원치료, 마음공부, 취미생활, 건강생활, 식생활 서비스 등을 포함해 개발해야 할 것이다.   

둘째, 원불교의 가장 큰 강점은 해탈천도를 기원하는 49재 천도재 의식이다. 앞으로 천도재의 적용범위를 넓히면 어떨까. 사후(死後) 천도재 뿐만 아니라, 사전(死前) 천도재를 제안한다. 자신의 죽음 보따리를 10년 단위로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의식이다. 이제는 죽음 보따리를 챙기는 기간이 30년을 넘어서고 있다. 잘 사는 것이 잘 죽는 것이고, 잘 죽는 것이 곧 잘 사는 길이다. 죽음을 생각하고, 삶의 종착점을 인식할 때 비로소 현재 삶에서 가장 근본적인 것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을 더욱 귀하게 여길 수 있다. 살아있는 나를 위한 사전(死前) 천도재는 나를 위해 드리는 기도이다. 자신의 삶을 오롯하게 바라보면서 죽음 보따리를 차곡차곡 채워갈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그리고 언젠가 다가올 죽음을 여여하게 마주하게 해주는 시간이다. 

셋째, 생사해탈에 필요한 훈련은 공동체 생활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원불교 교당은 노후생활을 평안하게 즐길 수 있는 최적의 공동체 공간이다. 사실적 훈련과 진리적 신앙을 동시에 완성할 수 있는 곳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진리를 현실에서 성불제중과 제생의세라는 사실적인 모습으로 나투는 도반들이 있는 곳이다. 원불교 교당은 천지·부모·동포·법률의 은혜를 체험하는 곳이다. 바로 이곳에서 생사해탈의 맛을 사실적으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원불교는 개인별 맞춤형 방식으로 생사해탈을 위한 사실적 훈련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바로 이 점이 급변하는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원불교가 더욱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강남교당

[2020년 3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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