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윤 교무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사랑스러운 쌍둥이 조카, 평화와 보은이 이야기다. 평화는 디자이너, 보은이는 작가를 꿈꾼다. 수십 번 바뀌었고 여전히 변화무상하긴 하지만 10세, 현재는 그렇다. 얼마 전 보은이에게 왜 작가가 되고 싶냐 물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고양이를 키우면서 여유롭게 재택근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예상치 못한 답이다. 초등학교 3학년 보은이는 도도하고 깔끔하며 귀여운 모습이 마치 본인의 모습 같다며 고양이를 매우 좋아한다. 

1인 가구, 밀레니얼 세대 반려동물로 고양이가 인기다. 고양이 돌봄을 가장 중요한 일과로 여기고, 고양이 집사를 자처하는 모습은 고양이 집에 사람이 얹혀사는 느낌마저 든다. 고양이의 어떤 매력 때문일까. 보은이가 푹 빠진 도도함인가? 

애묘인(愛猫人)들은 고양이는 강아지보다 관계의 가성비가 좋다고 이야기한다. 반려동물이 주는 행복만큼 해줘야 할 일이 많은 강아지에 비해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깔끔해서 해야 할 일이 상대적으로 적은 고양이는 관계의 가성비가 좋다.  

사실, 인간은 근본적으로 누군가와 관계 맺고 교류하고 사랑을 주고픈 욕망이 있다. 사람끼리 깊은 관계 맺기가 어려운 상황들에 반려동물은 현대인의 외로움을 효과적으로 달래줄 수 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시 구절처럼 외로움은 인간이기에 당연한 몸짓이지 했는데, 외로움을 국가적 문제로 인식해 대처하는 나라도 있다. 2018년 1월 영국 총리 메이는 내각에 외로움 담당 장관직을 신설했다. 많은 사람이 외로움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중요한 시대적 과제로 인식하며, 국민이 안고 있는 외로움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사회적 대응 방안을 만든다고 한다. 
노인이나 돌봄이 필요한 이들이 외롭게 지내는 것을 막기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하자는 선한 의지와 인간 내면의 영역이라고 인식되는 외로움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기로 한 것이 신선하게 생각됐다. 

전신 마비 심리학자 대니얼 고틀립이 자폐증을 앓는 손자를 위해 쓴 샘에게 보내는 편지를 3번은 읽은 것 같다. 자폐증 손자의 마음을 열기 위해 쓴, 눈물과 웃음 섞인 32통의 편지를 읽으며 나는 샘이 되어 그의 지혜를 얻는다. 이해받고 싶은 열망만으로는 이해받을 수 없고, 마음을 완전히 열었을 때 거절당하는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존재지만, 그래도 마음을 열면 개인의 외로움과 사회적 두려움은 작아지는 것이라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자기만의 공간이 지극히 소중해 자기 공간의 침범이나 타인의 간섭을 받으면 날이 서는 고양이처럼 사람도 사회도 고양이 형(形)으로 변하고 있다는 요즘. 곁에 있는 서로를 더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기를. 마음을 활짝 열어 공감하고 교감하는 우리, 그리고 교화(敎化)이기를 소망한다.  

/휘경여자중학교

[2020년 3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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