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 체험 통해
종교적 심성 살아

[원불교신문=박귀성 교도] 음악이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사람에게 여유를 주는 것’이라고 한다. 음악은 말 한마디 없이도 듣는 사람의 정서에 영향을 주고 메시지를 전달하며 나아가 행동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 중에서도 음악은 가장 영적이며 그 음악적 체험을 통해 무한한 에너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겨울 고등학교 1학년인 아이를 데리고 아버지가 찾아왔다. 공부성적도 좋지 않고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하나도 없다는 아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것이 음악이라 어려서 배웠던 피아노를 전문적으로 배워봤으면 했다. 기숙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 자주 보진 못하지만 매일 연습계획을 세워 좋아하는 음악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함께 고민했다. 

1년쯤 시간이 지났을 때 피아노 실력뿐만이 아닌 공부성적도 꽤 올라있었다. 음악적 체험을 통해 자신감도 생기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끼게 되어 고등학교 졸업 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진로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고대시대부터 종교와 음악이 서로 공존하며 발전된 것은 이러한 음악의 힘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교회 음악에서 음악은 곧 성경 말씀이고 하느님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였다. 그렇기에 음악을 발전시키는 것은 하느님에게 더 가까이 가는 방법이 됐고, 인간의 성품에 직접 영향을 주는 막강한 힘을 가졌다고 생각해 그 중요성이 부각됐다.

음악을 하는 교도로서 원불교에서도 음악이 신앙수행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정산종사는 병상에서 학인들의 성가를 듣고 “내 어려서 천어처럼 생각되기를 ‘풍류로써 세상을 건지리라’하였더니 옛 성인도 ‘풍기를 바루고 시속을 바꾸는 데에는 풍류 같음이 없다’하셨나니라. 성가를 일종의 노래로만 알지 말라. 그 속에 진리가 들어 있나니, 그 가사를 새기며 경건히 부르라”라고 밝혔다. 

우리는 이 뜻을 어떤 방법으로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현재 원불교에서는 창작성가발표, 합창제, 명상음악제작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교화를 위해 음악을 활용하고 있고 나 또한 그런 의미에서 성가를 편곡한 음원을 제작하기도 했다. 성가의 선율을 피아노 건반에 옮기며 읊어지는 법문 말씀의 가사는 자연스럽게 영성의 힘이 되고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경험이 됐다.

원불교의 행사와 공연기획에 참여해보면 현장에서의 분위기는 아직도 음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식이나 경험이 보편적이지 않음을 느낀다. 

교단에서도 문화예술장학생을 선발해 지원하는 등 예술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음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인재양성에 대한 지원 및 연주 활동의 기회 증가, 또한 문화예술 콘텐츠 발굴 등의 노력은 더욱더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악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예술활동의 기회가 늘어난다면, 교단 곳곳에 드러나지 않은 예술적 인재들이 하나둘 앞으로 나서게 될 것이고, 그들이 재능을 발휘해 제 역할을 하게 된다면 그로 인해 더 많은 인재와 교단의 교화역량이 쌓여가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느 곳에서든지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음악적 체험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종교적 심성이 살아나고, 교화에 활력이 불어 넣어지도록 교단의 관심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정토회교당

[2020년 3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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