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의 거센 불길이 유럽과 미대륙으로 번졌다. 하루에도 수 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외신을 접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다행히 국내의 사정은 나아지고 있다. 누적 완치자가 5천 명을 넘어섰다니 지금까지 확진 판정 받은 2명 중 1명은 완치가 된 셈이고, 신규 확진자도 두 자리 수로 나오는 날이 늘고 있다. 당국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의료진의 헌신 그리고 시민들의 자발적 협력은 국제사회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 

특히, 국민건강보험제도가 밑받침하는 선진의료시스템과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한 일사불란한 대응은 다른 국가에서 쉽게 따라 하기 힘든 대한민국의 강점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뒤늦게 대규모 감염사태를 겪는 나라들의 지원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우리의 경험과 지혜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세상은 그야말로 지구촌이 되어 지리적으로 먼 나라와 가까운 나라의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지구상의 모든 나라 국민들이 건강을 회복해야 비로소 우리의 건강한 일상도 회복할 수 있다. 경제 위기 역시 자국의 정책이나 한 두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세계가 하나 되어 서로 연대하고 상부상조해야 할 때이다.

교단적으로는 감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교단 최대의 경축행사인 대각개교절 행사를 대폭 축소하고 정례법회를 비롯한 각종 대중 집회도 중단하고 있다. 시의적절하고 합리적인 결정이다. 행정 기관의 권고나 지시를 종교탄압으로 비난하며 집회를 강행하는 일부 단체의 대응은 무책임하다. 공익에 이바지한다는 각 종교 단체의 근본 목적에 충실해야 마땅하다. 앞으로도 우리 교단은 이번 사태가 공식적으로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정말 어려운 때이다. 당장 해결해야 할 의료와 방역의 문제, 다가올 경제 침체의 후유증뿐 아니라 개개인의 마음병도 깊어지고 있다. 감염자들은 물론이고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도 비정상적인 상황이 길어지면서 우울감과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공부인은 큰 경계를 만났을 때 신앙과 수행의 저력을 발휘하며 자신을 한 층 더 성숙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산종사는 이렇게 말씀했다. “인내란 지구력(持久力)을 말한다. 대사업은 천신만고중(千辛萬苦中)에 성(盛)하고, 대공부는 천인만내리(千忍萬耐裏)에 숙(熟)한다. 영구적인 인내는 서원과 목적을 반조하면서 계속적으로 참아가는 것이다. 일시적 인내는 한서(寒暑)와 기근(饑饉) 등을 참고 견디는 것을 말한다.” 일생에 만나기 힘든 벅찬 경계를 만났다. 마음공부의 힘을 발휘하자.

[2020년 4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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