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윤 교무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한 제자가 교칙(敎則)을 크게 어겼다. 대중은 그를 품을 수 없어 추방하기로 논의한다. 소태산 대종사는 몇 만 명 제자만이 나의 사람이 아니고, 몇 만 평 시설만이 나의 도량이 아니라, 온 세상 사람이 다 나의 사람이요, 온 세계 시설이 다 나의 도량이라 한다. 나를 따르던 사람으로 그가 나를 버리고 가면 어쩔 수 없지만, 먼저 그를 버리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교칙을 어긴 그 제자를 직접 불러 엄히 꾸짖기도 하고 타이르기도 해 새 사람을 만든다. 

대종경 실시품 6장 법문을 봉독하며 상상한다. 그 제자는 어떤 잘못으로 추방당할 위기를 겪었을까. 대중의 추방 논의는 어찌 진행됐으며, 대종사의 한마디에 불같이 일어난 추방 논의는 없던 일이 되고 대중은 언제 그랬냐는 듯 그를 한 식구로 품어줬을까. 잘못을 저지른 제자와 추방하고자 하는 대중의 마음, 그 둘을 모두 아우르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대종사의 가르침이 오고 가는 그날의 상황을 상상해 본다. 

어느 조직이든, 여러 사람이 함께하다 보면 모양과 색깔은 달라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세상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일. 학교에서는 그가 교직원이 되기도 하고, 학생이 되기도 한다. 

고요할 때는 드러나지 않는 관리자의 역량은 이 순간 빛을 발한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에 대한 경책보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를 먼저 생각하고, 대중의 지혜를 한데 모으며,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여유로운 마음은 어려움 속에서도 일을 해결하고 사람도 잃지 않는다. 사람들의 잠재력을 믿는 긍정적인 신념이 바탕이 돼야한다. 

과오를 범한 제자를 추방하자는 결의를 들은 정산종사는 ‘불보살은 작은 사람을 키워 쓰고 모자라면 만들어 쓰고 장점을 보아 단점을 다스려 쓰며 열 번 잘못하면 열한 번 용서할 아량을 가져서 먼저 사람을 버리는 일이 없으니 한때의 잘못으로 영생의 법 종자를 끊지 말라’라고 한다. 이런 가르침들을 늘 잊지 않으려 한다. 

사람을 키우는 학교, 의도하지 않은 선택의 순간이 오기도 한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학생은 여러 이유로 강제전학이라는 처분을 받을 때가 있다. 무거운 처벌이다. 보내는 학교에는 고육지책이지만, 강제전학생을 받게 되는 학교는 고민이기 마련이다. 

‘한 개의 모래알도 져버리지 않는다’라는 건학 정신과 어느 학교에서도 교육 하지 못하는, 소위 문제 학생은 휘경으로 보내라고 당당히 얘기하는 이사장의 자신감. 모두 스승을 닮아가고자 하는 마음이며, 스승의 가르침을 현실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마음이지 싶다. 한 개의 모래알도 저버리지 않는 마음으로 휘경에서 잘 키워 세상으로 내보내는 것 또한 우리의 사명이기에 우리는 모든 모래알을 품는 바다처럼 모두를 안고 세상을 건널 것이다.

/휘경여자중학교

[2020년 4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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