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명 교무

시인 ‘엘리엇’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다”라고 했다. 한반도에서 일어날 일들을 예견이라도 한 것일까. 젊은 학생들이 붉은 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4.19 혁명, 수많은 제주 양민들이 희생 당한 제주 4.3 사건, 그리고 수학여행을 떠난 수백의 학생들이 차가운 물 속으로 사라진 4.16 세월호 참사는 하얀 봄꽃 가득한 4월에 일어났다. 

미국 태생의 영국시인 T.S. 엘리엇(Eliot)이 “황무지(The Waste Land)”라는 시를 통해 겨울보다 차가운 봄을 얘기했듯 우리에게 2020년의 4월은 잔인하게 기억될 것인가? 

소태산 대종사는 “그대들은 바람의 뜻을 아는가. 세상에는 도덕과 법률의 바람이 있나니, 도덕은 곧 동남풍이요. 법률은 곧 서북풍이라”라고 하시며 “동남풍의 훈훈한 기운을 만나서 일제히 소생함과 같이 공포에 싸인 생령이 안심을 얻고, 원망에 싸인 생령이 감사를 얻고, 상극(相克)에 싸인 생령이 상생을 얻고, 죄고에 얽힌 생령이 해탈을 얻고, 타락에 처한 생령이 갱생을 얻어서 가정·사회·국가·세계 어느 곳에든지 당하는 곳마다 화하게 된다면 그 얼마나 거룩하고 장한 일이겠는가”라고 했다. 

우리는 황무지가 속살을 드러내는 봄을 맞아 허리 숙여 밭을 일궈야 한다. 노동의 시간이 힘들지라도 다시 희망의 꽃을 피워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경제가 멈췄다. 그러나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대구로 달려갔다. 전국에서 모인 구호품과 성금과 함께 훈훈한 마음이 전해지고 있다. 이것이 잔인한 4월에 피는 ‘희망의 꽃’이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엘리엇이 노래한 것처럼 죽은 땅에서 라일락이 피어나고, 봄비가 뿌리를 잠깨우듯 우리도 다시 일어서야 한다. 

『대종경』 요훈품12장에 “희망이 끊어진 사람은 육신은 살아 있으나 마음은 죽은 사람이니, 살·도·음(殺盜淫)을 행한 악인이라도 마음만 한 번 돌리면 불보살이 될 수도 있다”라고 했다.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고 있으나, 간간히 들려오는 집단 감염과 급속도록 확산되고 있는 각국의 코로나19 사태를 보면 짧은 기간에 끝나기 어려울 듯 하다. 이 시간에 우리는 잠자는 뿌리를 깨우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두달 가까이 법회와 의식이 멈췄다. 앞으로의 교화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 시간이 성찰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추구하는 진리가 세상에 실현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더 이상 미룰수 없다. 코로나19의 위기상황은 우리를 깨우는 자명종 소리다. 지금은 잠든 뿌리를 깨우고 희망의 꽃을 피워야 할 4월이다. 

[2020년 4월 3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