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보 교무

[원불교신문=신은보 교무] 얼마 전 SNS에 고가의 슈퍼카와 명품시계를 자랑하며 소위 ‘FLEX’라는 용어로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사례들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란 국민들 역시 부유한 이란 젊은이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테헤란의 부잣집 아이들’이라는 계정 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다. 해당 계정에는 잘 차려입고 파티를 즐기고 부를 과시하는 호화로운 ‘금수저’들의 일상이 담겨 있다. 

무분별한 소비욕구에서 헤어나오기란 쉽지 않다. 유명인이 가지고 있거나 사용하는 것을 나도 갖는다라는 모방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소비전략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다. 일반인과 유명인의 경계가 모호해진 현재, 너와 나를 가르는 ‘구별짓기’가 소비와 취향으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에 소위 ‘금수저’ 이상의 계층은 고민에 휩싸이고 있다. 

이 같은 ‘따라잡기’에 심취한 대한민국은 유튜브를 통해 물욕의 포화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각종 물건들을 쇼핑하는 아이템을 전하는 많은 유튜버들이 선행이라는 이름으로 기부나 나눔을 실행하는 것이 나는 왜 고맙고 감사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많은 유튜브가 특정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언젠가는 쓰여지겠지라며 삶의 공간에 이곳저곳을 조여오고 있음에도 우리는 사는 것을 멈추지 못한다. 

“지금 세상은 물질 문명의 발전을 따라 사·농·공·상에 대한 학식과 기술이 많이 진보됐으며, 생활 기구도 많이 화려해졌으므로 이 화려한 물질에 눈과 마음이 황홀하여지고 그 반면에 물질을 사용하는 정신은 극도로 쇠약하여, 주인된 정신이 도리어 물질의 노예가 되고 말았으니 이는 실로 크게 근심될 현상이라 (중략) 천하에 벌여진 모든 바깥 문명이 비록 찬란하다 하나 오직 마음 사용하는 법의 조종 여하에 따라 이 세상을 좋게도 하고 낮게도 하나니 (중략) 그대들은 새로이 각성하여 이 모든 법의 주인이 되는 용심법(用心法)을 부지런히 배워서 천만 경계에 항상 자리이타로 모든 것을 선용(善用)하는 마음의 조종사가 되며, 따라서 그 조종 방법을 여러 사람에게 교화하여 물심양면으로 한 가지 참 문명 세계를 건설하는 데에 노력할지어다.” (대종경 교의품 30장)

최근 지인에게 중고직거래를 통해 쌓아뒀던 물건들을 정리하고 나누며 재미를 얻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관심이 생겨 어플을 실행해봤다. 가입을 한 후 내가 판매하거나 나눔하고자 하는 물건을 사진찍어 올린다음 구매를 원하는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은 후 직거래를 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 

물론 거래과정에서 여러 문제들이 생길 수 있기는 하지만 공동체원들이 서로 합의에 의해 규정을 정하고 지켜나가는 노력이 있다면 지금으로써는 선용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가오는 춘분, 옷장을 정리하며 우리의 마음장에도 무엇을 채우고 무엇을 비워야하는지 고민해볼 시간이다.

/영산선학대학교

[2020년 4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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