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때가 되면 으레 하는 선거라고, 기권도 정치 참여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 제도의 변천과정을 되짚어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한 표의 소중함이 무겁게 느껴진다. 현재와 같은 민주적 선거제도의 정착에는 수 천 년의 역사가 필요했다. 여성 투표권은 미국에서조차 1920년에 겨우 인정되었고,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는 불과 5년 전에 주어졌다. 차별 없이 투표권을 갖는 보통선거 하나도 이렇게 어렵게 성취한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선언한다. 이 조문 역시 그냥 얻어진 것이 결코 아님을 우리는 안다. 우리는 이 헌법 정신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시민이 피흘리고 희생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주적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훼손되고 역사는 퇴행한다. ‘법률은’을 신앙하는 원불교인들은 마땅히 투표에 참여하여 법률은에 보은해야 한다.

이번에 선출할 국회의원 정수는 총 300석. 지역구 253석 비례 47석으로 구성된다. 만18세부터 참여하는 첫 번째 선거이자, 선거 지형의 변화를 예고하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도 처음으로 적용된다. 두 가지 큰 변화에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크게 보면 제도적 진일보라고 할 수 있다. 선거권자의 입장에서는 바뀐 제도에 따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후회 없는 투표를 하기 위해서 유념해야 할 점을 생각해본다. 

첫째, 정당과 후보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현재 한국정치는 정당 중심적이다. 국회의원 개인의 의사보다 당론이 우선하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다. 후보 개인은 물론 소속 정당의 강령과 정책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응용의 형세를 보아 미리 연마하기를 주의’하는 공부를 하자.

둘째, 원근친소를 초월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지연, 학연, 혈연, 이익 등에 휘둘린 투표 행위가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로막았다. 원불교 교도라면 원근친소에 끌리지 말아야 하고 그것을 초월하는 마음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 끌리는 요소들이 모두 마음의 자유를 가로막는 상이고 틀임을 통찰해야 한다. 

셋째, 인과를 생각해야 한다. 현재의 정치 상황과 수준은 우리의 과거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 나은 정치와 삶을 원한다면 과거보다 더 지혜로운 취사를 해야 한다. 우리는 늘 뿌린 대로 거두고 있다. 이번 선거 역시 씨를 뿌리는 행위다. 오늘의 투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호리도 틀림이 없이 작동하는 인과의 이치를 명심하자. 내 한 표가 세상을 새롭게 한다. 온전한 생각으로 투표하자.

[2020년 4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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