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보 교무

[원불교신문=신은보 교무] 국토교통부는 에어택시를 오는 2023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어택시는 하늘을 나는 택시를 의미한다. 에어택시가 상용화되면 기존의 교통체증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어릴 적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현실화가 머지않은 지금, 시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막연했던 기대와 희망이 이제 목전에 다다랐다. 막히고 단절됐던 과거와는 달리 열리고 연결되는 유동적 사회로의 진입을 사회학자인 바우만은 근대의 대표적 성격인 ‘액체성’으로 설명했다.

접속, 링크, 전송이 길게는 몇 분 짧게는 몇 초안에 이뤄지는 시간과 공간의 해방으로부터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여가시간이 길어지게 됐고, 더 많이 소비하며, 더 많이 치료하고, 더 오래 살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 ‘더 많이’를 갈망하고 있다.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은 운송수단의 변화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 고토 고다이지에서 근무하는 로봇승려 ‘만다르’는 반야심경을 설법하며 존재의 이유와 삶의 가치를 반문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베이징 용천사의 ‘센얼’스님 역시 인공지능을 결합해 경전의 내용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을 해줌으로써 맞춤수행자로 각광받고 있다.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고, 불멸하는 존재이며, 인간에 대한 편견이 없는 로봇 수행자의 등장을 반기는 대중들의 반응은 과연 우연일까? 인간과는 달리 물질적 소유로부터 자유로운 로봇 수행자를 대하는 대중들의 마음 저변에 물질에 대한 소유욕은 더 많이를 갈망하지만 정신에 대한 소유욕은 더 적게를 외치고 있는 아이러니를 보게 된다. 

대중들이 원하는 수행자는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수행자도 개인이 원하는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시대에서 도력과 법력이 뛰어난 인간수행자들과의 경쟁뿐만 아니라 방대한 정보축적으로 완벽한 교리와 해답을 제공할 수 있는 AI 수행자와도 경쟁해야한다. 축복을 내려주고, 장례의식을 주관하며 개인이 필요에 의해 수시로 취사할 수 있는 수행자를 원하는 대중에게 진부한 설명과 만연한 충고는 더 이상 기능적이지 않다. 

대산종사는 세계를 평화롭게 하고 국운과 교운을 융창시키기 위해서라면 무서운 고통과 죽음과 어려움이 우리 앞을 가로막는다 할지라도 큰 서원과 큰 적공으로 제생의세하는 고등 종교인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고등 종교인’, 법력과 도력이 뛰어나도, 교리를 완벽히 외울 수 있다고 해도, 제생의세를 위한 희생정신을 대체할 수는 없다. 세존이 전생에 가리왕에게 팔 다리를 다 잘렸어도 원망하거나 탓함이 없이 큰 원력으로 대자비를 발현했고, 예수는 십자가에 못박히는 희생으로 큰 사랑을 인류에게 전했다. 전쟁과 침략으로 혼란한 시대, 개인의 삶을 포기하고 대중을 위해 희생한 소태산 대종사와 제자들의 정신을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나 우리의 자리를 내어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영산선학대학교

[2020년 4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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