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안 교무
김명안 교무

[원불교신문=김명안 교무] 한옥마을의 아름다운 봄꽃들이 바람에 날리며 우리를 한껏 유혹하는 봄날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바깥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요즘 밖을 신나게 활보하는 상상이라도 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전주지역 역사공부에 관심있고 청소년교화에 열정있는 교무들이 모여 청소년 성적지 순례 프로그램 개발 공부모임을 만들었다. 청소년전담인 최은기교무의 주도로 시작된 이 공부모임은 교구에서 매주 화요일에 진행된다. 대종사의 발자취가 살아있는 전주지역을 각자 나누어서 책이며 인터넷 정보로 찾아와서 함께 더듬어 가다보면 전혀 엉뚱한 곳에서 헤매기도 하고 새로운 이야기들이 끊이지 않는 오래된 미래의 전주를 걷고 있다. 

오늘 그렇게 닿은 곳이 바로 교동교당이다. 교동교당 간판을 보고 앞마당에 들어서서 처음 마주하는 것은 하얀 화강암으로 동그랗게 떠올라있는 일원상이다. 일원상아래 오석에는 ‘일원불. 일원은 우주만유의 본원, 제불제성의 심인, 일체중생의 본성’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일원상 왼쪽으로는 멋스러운 소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띈다. 봄햇살이 눈부신 뜨락에 푸르름을 지키고 있는 멋진 자태의 소나무를 바라보노라면 대종사가 구간도실 상량에 썼던 ‘송수만목여춘립’이라는 말씀이 떠오른다. 솔은 일만나무의 남은 봄을 거둬 서 있다는 뜻이다.

중산 이세환 대호법은 교동교당 앞 소나무에 대한 유래를 다음과 같이 알려줬다. 향산 안이정 종사가 전주교당(구 한옥 건물의 교동교당)에 재직할 때 큰 장마로 홍수와 함께 떠내려 온 어린 소나무를 학생회원들(회장 원산 이제성 종사, 효산 조정근 종사)과 같이 교당에 옮겨 심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당 앞 소나무는 교당과 영생의 인연으로 출가를 한 셈이다. 긴 세월동안 된서리 찬바람에도 굴하지 않으며 자리한지 50여 년동안 목탁소리, 경종소리를 들으며 매주 경건한 마음으로 교당을 드나드는 교도들의 기운을 받아 나이테의 겹겹을 만들며 위대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교당마당을 가로질러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 오른편으로 소담원(한옥체험집)이라는 간판 옆에 선을 하고 있는 조형물이 평안하게 햇빛을 가득 품고 앉아있다. 그 너머에는 한옥마을의 맑은 물들이 샘솟는 우물이 자리해 있다. ‘계합천봉세우명’. 개울물은 일천봉우리의 가랑비를 합하여 소리치며 흐른다고 했던가? 수많은 개울물은 흐르고 흘러서 네모져 모난 것이 없는 우물에 닿아 매일매일 새롭게 솟아나서 정화수가 되고 식수가 됐다. 

공자는 우물(井)은 통하는 것이라 했다. 우물의 물길이 마음 속의 길로 서로 소통하여 하나로 만드는 것이라면 교동교당의 마당을 툭 터서 사람들이 왕래할 수 있는 인도로 내어놓은 교도들의 마음은 개인과 개인의 소통이 열리는 광대한 네트워크를 준비하는 것(『소태산평전』,김형수)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앞마당의 벽을, 철옹성 같이 굳은 마음의 벽을 속시원하게 무너뜨려 많은 대중이 다니기 편리하게 길을 내주었다. 

오가는 모든 사람들이 크고 밝은 영성의 보금자리. 모든 주의와 사상을 막힘없이 통하게 하며 천지 만물을 새롭게 살려내는 곳인 교당의 기운을 담뿍 받아가라는 교도들의 속깊은 진심이 담겨있지 않을까? 

청소년들의 개학이 진심으로 기다려진다. 퍼내고 또 퍼내어도 고이는 우리 사는 이야기,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들을 청소년들과 진짜로 걸으며 함께 나누고 싶다. 

/교동교당

[2020년 4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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