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경 비건 셰프
이도경 비건 셰프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자신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나는 왜 태어났고, 의도치 않았는데 구성돼있는 나는 누구인지. 종교철학에 마음이 닿으면서 좀 더 나를 관찰했다. 까르마를 깊이 있게 받아들였고, 그리고 현생에서 나를 말해주는 ‘음식’에 관심을 기울였다. 세월이 흘러 그는 국내 1호 비건 셰프가 됐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음식’을 먹느냐를 줄곧 이야기해온 이도경 채식 연구가, 그가 최근 『채식의 즐거움』 개정판을 냈다. 25년 동안 채식요리를 연구하고 강의하면서 사색하고 고민했던 내용을 그가 담담하게 들려준다.
 

나를 이루는 세 가지, 심신영(心身靈)
“과연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시간 사색하고 고민했다. 종교철학, 한의학, 심리학, 음식, 환경 등을 연구하며 내린 결론은 인간은 삼위 일체적인 구조라는 사실과 나를 이루는 세 가지 유형의 먹거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나를 이루는 구성 세 가지를 마음, 몸, 영성 즉 심신영(心身靈)이라 일컫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음식을 소울푸드(Soul Food)라고 이름 짓게 됐다.”
 

소울푸드, 소박한 음식혁명
“소울푸드는 단순한 육체적 먹거리가 아니라 영적, 에너지적, 신체적 음식을 총괄한 표현이다. 영적 음식은 우리의 영성을 고양시키는 내면으로의 집중이요, 수행이다. 그리고 에너지적 음식은 긍정적 마음, 화평하고 걸림 없는 마음의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다. 또 신체적 음식은 영성의 구현과 건강을 위한 도구로 쓰이는 육체를 소중히 간직하게 만든다. 채식과 자연식을 중시하며 환경 에너지를 정화하고 의식을 맑게 하고자 노력하는 것, 이것이 소울푸드의 진정한 정의이다. 소울푸드는 나의 몸, 마음, 영성 그리고 가족과 사회, 지구를 생각한 음식 철학이다. 나의 작은 자각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소박한 음식 혁명이 시작될 수 있다.”
 

자녀를 위한 위대한 유산, 채식
“부모의 정성에서부터 태교는 시작된다. 아이가 들어서면 부모의 본격적인 태교는 시작되는데, 아이의 체질과 성정은 태내에서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이것을 결정짓는 변수는 음식과 부모의 마음 상태, 주위 환경이다. 엄마가 어떠한 환경에서 어떤 마음을 갖고 어떤 음식을 섭취했느냐에 따라 아이의 체질과 성정이 결정되고, 한 아이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소울푸드는 나의 몸, 마음, 영성 
그리고 가족과 사회, 지구를 생각한 
음식 철학이다. 
나의 작은 자각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소박한 음식 혁명이 시작될 수 있다.

요리에도 마음이 있다
“음식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가 있다. 마음에 스트레스와 분노가 차 있으면 가슴에 응어리가 많고 호흡을 뱉고 싶어진다. 매운 음식이 당기는 이유다. 직장인들이 쓴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이유도 같다. 직장에서 일을 많이 하면 열이 생기는데, 쓴맛은 열을 식혀준다. 오이 꼭지, 참외 꼭지는 여름과일인데 쓰다.” 

그리고 그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음식’을 이야기한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연근을 주재료로 한 요리로 마음을 진정시키거나, 국화차로 머리를 맑게 하고, 양념과 조리방법 또한 상대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게 요리는 먼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과 희생의 자세로 아상(我象)을 지우는 데 도움이 된다. 궁극적인 요리의 참뜻은 ‘요리’라는 행위를 통해 ‘참 나’를 알아가는 방편으로 삼는 것이다. 


채식은 나를 사랑하는 적극적인 표현
“나를 진정 사랑하는 방법은 세 끼를 공양하는 것이다. 나는 걸어 다니는 법당이다. 영적인 내가 오롯이 존재할 수 있도록 공양하는 것, 채식은 영성을 회복하는 이 시대의 식사법이다. 

단순히 고기를 안 먹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세포를 진정 사랑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태양을 향해 자라나는 식물의 힘과 정신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곧게 세운다. 식물에는 우주의 정보가 들어있고, 우리는 그것을 섭취함으로써 활기를 찾고 정신을 일깨워 가고 있다. 채식은 나를 사랑하는 적극적인 표현이고 나를 이롭게 하는 요리다.” 
 

다시, 사람을 이루는 삼위일체
“지구와 국가 그리고 사회와 가족과 나는 서로 연결돼 있다. 사회와 지구가 불안전한데 나만 안전하고 행복할 수는 없다. 나의 자각과 실천은 나와 가족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가장 원초적 방법이고, 확장하면 사회와 지구를 살리는 길이다.” 그리고 그가 묻는다. “그렇다면 자각과 실천의 근본은 무엇일까.” 그 대답이 이 책 『채식의 즐거움』에 있다. 
 

에필로그, 비건 셰프 이도경
“채식을 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비폭력이다. 채식은 모든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다. 모든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자비와 사랑을, 삶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고귀한 삶의 방식이다.” 그는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 이루어지는 고요한 평화의 날갯짓이 세계로 퍼져나가기를 소망한다. 

[2022년 5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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