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갑상선기능항진증의 대표적 증상은 심박수가 빨라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다. 분당 70번 안팎이 정상인 심박수가 백을 넘기도 한다. 심한 운동을 한 것도 아니고 열이 나는 것도 아니며, 다른 질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심박수가 이렇게 빨라지는 경우는 감정적 긴장 상태일 때 밖에 없다. 

슬픔이나 기쁨, 분노 등 감정적 흥분이 되면 심장이 빨리 뛴다. 갑상선 환자는 늘 감정 과잉 상태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갑상선 호르몬의 과다는 그 결과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 병은 자신의 감정을 살펴보는 것에서부터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대개 뿌리 깊은 감정의 문제는 내면 깊이 갈무리되어 있다. 견디기 힘든 감정 상태가 오래 되면 그 고통을 견디기 위해 여러 가지 변형된 관념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그 뿌리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누구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깊이 갈무리되어 있는 감정을 찾아야 한다. 심리 상담사의 도움을 받든가, 혹은 감정을 다루는 좋은 유튜브 채널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감정의 문제는 정확한 원인을 찾으면 치료가 절반은 나아간 것이다. 다만 여러 가지로 변형된 관념들이 넝쿨처럼 얽혀있기 때문에 깊이 파내야만 한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양약은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이 좋다. 어차피 궁극적 치료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한약은 스스로 병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준다. 한약은 기를 조절해서 감정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감정의 병을 한의학에서는 ‘기의 병’이라 봤다. 기가 막혔으면 기를 소통시키는 약을 쓰고, 음기가 약하면 음기를 강화하는 약을 쓴다. 음기는 과열된 상태를 식히는 기운이므로 과열된 엔진을 바로잡을 수 있다. 한약은 신호체계를 조작해 호르몬 분비를 막는 방식이 아니다. 

기운을 조금씩 밀어주는 한약을 쓰는 것이 처음엔 작용이 약한 것 같아도 길게 보면 훨씬 완치에 가까운 길이 된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3년 1월 9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