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원 교도
이향원 교도

[원불교신문=이향원 교도] 아들이 지난해 10월 28~30일 영산성지에서 열린 청년신성회 훈련에 다녀왔다. 전무출신의 요람이라고 불리는 신성회 훈련은 출가의 서원이 있는 청년 또는 교무의 삶에 대한 애정과 궁금증이 많은 청년이 대상이었다. 그러나 내 아들은 아직 출가의 서원도 없고 교무의 삶에 대한 애정은 있으나 호기심은 적고 입교한지 1년도 되지 않은 평범한 대학 신입생이다. 다만 아빠인 내가 아들의 전무출신을 기도하고 있고, 주임교무님의 배려와 나의 꼬드김에 넘어가 심성 착한 아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하게 됐다. 

사실, 사람들은 내가 왜 아들이 전무출신을 서원하길 기도하는지 궁금해한다. 그 대답은 아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들의 반항은 만만치 않다. 버라이어티한 과거를 참회하며 사는 나에게 아들은 왜 아버지는 해보고 싶던 것 다 해보고 아들에게는 성직자의 길을 가라고 하는지 반문한다. 자기는 돈 많이 벌어서, 페라리도 타고 포르쉐도 타면서 인생을 즐기고 싶은 스무 살 보통 청년이라면서 반박도 한다. 하긴 나도 할 말이 없다. 나도 대학 면접 때 왜 경영학과에 지원하냐는 질문에 “돈 많이 벌고 싶어서 지원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그런 아들에게 “내가 살아봤는데 너는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 먹어 봐야 아냐?”고 응수를 한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이런 마음이셨을까? 가당치 않은 비유일 수도 있으나, 소태산 대종사가 자신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중생들에게 가졌을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본다. 

어떤 이는 전무출신을 통해
삶의 가치를 깨닫고 
실천할 수 있으며 
어떤 사람은 재가교도로서 
깨달음을 추구할 수 있다.

학생들이 내게 원불교가 다른 종교와 어떻게 다른지 소태산 대종사께서 다른 제불조사와 무엇이 다른지 물어볼 때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원불교는 ‘인생입시’라는 어려운 시험을 준비시키는 최고의 학원이며,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최상의 일타강사라고 답한다. 일타강사의 특징이 무엇인가? 중언부언 복잡한 소리 안 하고 입시에 꼭 필요한 내용을 간명하게 요약 정리해서 쏙쏙 머리에 넣어주는 선생을 의미한다.

또 누군가는 소태산 대종사께서 출가와 재가를 가리지 않고 깨달은 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셨는데 굳이 왜 아들에게 출가를 권유하는지 묻는다. 풀타임으로 공부를 하는 학생도 있고, 파트타임으로 공부하는 학생도 있다. 그런 분별은 형편의 문제라고 본다. 어떤 이는 전무출신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삶의 가치를 깨닫고 실천할 수 있으며 또 어떤 사람은 재가교도로서 치열한 중생의 삶 한가운데서 깨달음을 추구할 수 있다. 내가 오랫동안 지켜본 아들은 전무출신으로서 마음공부 하는 게 더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인생에서 꽃길처럼 보이는 것이 실은 가시밭길이고 가시밭길이 꽃길임을 사랑하는 아들이 믿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지난번의 훈련을 통해 아들에게 미묘한 변화가 있음을 느낀다. 아직 마음이 확고하지는 않지만, 전무출신에 대한 관심은 많이 높아진 것 같아 감사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들이 전무출신이 되어 성불제중하기를 기도하는 것뿐이다.

/경산교당

[2023년 1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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