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한약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보약이다. 그런데 오해도 많은 것이 보약이다. 한의원에 오지도 않고 보약을 지어달라고 한다. 한의사의 진단 없이 보약을 지을 수 있다면 보약은 아무나 팔아도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저 제약회사에서 좋다는 보약을 지어놓고 가격에 따라 사 먹으면 그만일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몸에 좋다는 인삼이나 녹용을 먹고 얼굴에 열꽃이 피는 사람이 있다. 또는 어지럽거나 설사를 하는 사람도 있다. 아무나 똑같은 보약을 먹으면 되는 게 아니란 것이다. 보약은 몸이 허한 상태를 보강하는 약이다. 보약은 대체 어떤 작용을 하는 것이기에 사람마다 쓰임이 달라야 하는 것일까?

음식은 누구에게나 좋은 게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밥은 누구나 먹어도 좋다. 감자나 당근도 대개 누구에게나 좋다. 하지만 반찬 재료들 중에도 배추는 속에 열이 있는 사람에게 더 좋고, 파는 속이 차가운 사람에게 더 좋다. 그러나 배추나 파를 먹고 민감하게 탈이 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음식들은 대체로 인류가 오랫동안 먹어오면서 적응이 잘 된, 성질이 그리 날카롭지 않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식을 아무리 먹어도 몸이 허한 사람에게 쓰는 한약은 음식보다는 성질이 강한 것들이다. 그래서 그 약성(약의 성질)이 내 몸과 정확히 맞지 않으면 부작용이 난다. 예를 들어 기가 허한 사람이 있고, 혈이 허한 사람이 있다. 기는 에너지고 혈은 영양물질이라 생각하면 비슷하다. 인삼이나 녹용은 기를 보강하는 보약이다. 음식을 아무리 먹어도 기운이 없는 사람에게 좋다.

그러나 몸은 말랐지만 기는 넘쳐나는 사람에게 인삼, 녹용은 썩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사람에게는 숙지황이란 보약이 어울린다. 숙지황은 인삼과 정반대로 기를 저축하는 힘을 강화한다. 그래서 영양물질이 소모되지 않고 풍성하게 저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삼을 써야 할 사람에게 숙지황을 쓰면 기가 위축돼 좋지 않다. 인삼과 숙지황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우리 몸을 보강해주는 약들이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3년 1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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