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아 기자
김도아 기자

1960년대, 미국 린든 존슨 대통령이 아폴로 11호 발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던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방문했을 때 일화다. 그의 눈에 콧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바닥을 닦고있는 청소부가 보였다. “무슨 일을 하는데 그렇게 즐겁습니까?” 대통령이 묻자 청소부는 답했다. “사람을 달에 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최선을 다해 공헌하는 청소부의 마음가짐은 인간이 달에 착륙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원불교에도 비슷한 일화가 있다. 하루는 소태산 대종사가 중앙총부를 청소하던 제자에게 물었다. “너는 무슨 일을 하느냐.” 제자는 대답했다. “총부를 쓸고 있습니다.” 제자의 답에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앞으로는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고 있다고 답하거라”고 일러줬다. 

똑같은 일을 해도 마음가짐을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 그 일의 의미는 크게 달라진다. 그저 내 집 앞 눈을 쓰는 일일지라도 의미를 부여하면 가치있는 일이 되는 것처럼.

앞서 말한 두 가지 일화를 생각하며 변화된 내 역할의 가치도 생각해본다. 원불교신문사 입사 초기에는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해서 신문 만드는 일이 나만의 일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매주 돌아오는 마감일이 꼭 월세 내는 날처럼 느껴졌고 기사도 하기 싫은 숙제를 겨우 끝내듯 쓰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지방 교당으로 취재를 갔을 때 한 교도에게서 뜻밖의 감사 인사를 들었다. “ 신문사 덕분에 다른 원불교 소식을 들을 수 있어서 얼마나 반가운지 몰라요.” 그 인사 이후 신문에 대한 내 인식과 함께 내가 생각하는 나의 역할에 180도 변화가 생겼다. 우리 신문은 재가출가 교도들이 원불교의 소식을 듣는 창구였고, 나는 그 소식을 전하는 일종의 매개체였던 것이다. 

그날부터 신문 마감일은 창구가 열리는 날처럼 여겨졌고 내 기사에도 애정이 생겼다. 내가 하는 일은 변하지 않았지만 내 역할에 대한 의미를 깨닫고 나자 가치가 보였다.

역할의 변화가 많았던 인사발표 이후 많은 교무님들이 새로운 교화지로 길을 나섰다. 각자 해야하는 일과 맡은 책임은 다르지만 ‘강약 진화로 평등 세상 이루는’ 공통된 목표를 품에 안고 떠난 길, 그 길 위에 선 이들은 모두 자신의 가치를 알고 있을까. 

그들에게 힘찬 응원과 함께 묻고싶다. “원불교에서 당신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2023년 1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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