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 正 濟 〈서울교구교의회 부의장, 해운산업 연구원장〉

 우리 교단의 교화침체가 예사롭지 않다. 교구자치제의 도입이라는 엄청난 변화와 새바람도 기대만큼 영향을 주고 있지 못한 듯 하다. 이는 아마도 변화가 형식에 그치고 그마저 교단에 어느새 자리잡은 보수화의 경향 때문에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서울교구에서도 교구자치제가 도입된 후 동네교화의 강화 등 여러 가지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동네교화는 서울같은 대도시에서는 매우 의미있는 변화의 시도임에 틀림이 없다. 일요일 법회에 참여하고 귀가하는데 두시간이나 걸릴때도 있는 서울의 현실이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동네교화라 해도 기존 교도의 재배치는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저 동네주변의 교화에 역점을 두는 방향으로 기존의 관행과 타협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 개혁의 목소리도 인연따라 이뤄지는 교화의 기존관행, 이 굳어진 보수경향속에 무력해지고 마는 것이다.


 서울교구에는 57개의 교당이 있는데 이중에 한강 북쪽에 32개, 강남에 25개의 교당이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서울인구의 구성은 강남이 50%를 차지하고 계속 증가하고 있으니 강북에 교당이 과다배치 되어 있는 셈이다. 게다가 강북에는 상주인구가 감소하는 區도없지 않다. 그런데 서울의 성북구에는 돈암, 송천, 안암, 정릉교당 등이 과밀 배치되어 있고 종로구에는 원남, 종로, 사직교당이 줄지어 있다. 이 상황속에서 동네교화를 적극적인 의미로 추진한다면 강남의 교당 늘리기와 강북지역의 교당통합이 자연히 도출되는 결론이다.


 초기 우리 교단의 새바람은 조계종 등 기존의 불교계에 큰 변화를 불러 일으켰으나 이제 우리교단이 보수화의 길을 걷고 있는게 분명하다. 불교계, 특히 조계종은 조계사 등 기존에 있는 몇 개의 큰 사찰을 중심으로 하고 동네마다 작은 포교당을 두는 체계로 변화함으로써 큰 교화의 성과를 향유하고 있고 천주교와 대순진리회도 대형교당의 중심체계로서 성장의 기틀을 삼고 있는 듯 하다. 우리 교단은 조계사 체계와 비교하면 작은 포교당만 있는데 이마저 인연따라 무작위적으로 흩어진 채 동네교화의 역할마저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 현대사회는 다양화 속에 거대화가 득세하고 있다. 이처럼 일견 상치되어 보이는 다양화와 거대화 현상에 순응하려면 우리 교단은 이제 조계종으로부터 되배워야 할 것 같다.


 서울교구에는 서울회관이 있으나 서울교구의 교화중심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저 간간이 이뤄지는 회합의 장소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주목할 만한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 경산 교구장님이 서울회관 대법당에서 매주 화요일 10시에 주관하시는 금강경강의 시간에 300~400명의 청강자가 모인 것은 서울회관의 활용가능성을 시사하고 현안이 되고 있는 교당대형화의 이점과 그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우리 교단은 서울같은 대도시의 경우 조계종의 포교당에 해당되는 기존의 교당은 다양한 동네교당의 구실을 하게 하고 조계사, 봉은사, 구룡사 같은 거대교당의 필요성은 서울회관의 활성화와 기존 교당의 통폐합도 서슴치 않는 개혁의 새바람으로 대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혁의 초기에 다소 소리가 나더라도 대담한 기획력을 발동, 큰 변화의 새로운 동남풍을 불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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