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되어질 때까지 ④

 나는 아내와의 경계가 수없이 많다. 어머니와의 경계도 말할 수 없이 많다. 서로 감정의 골이 패인채로 오랫동안 지내왔다. 우리들은 감정이 상해 기분 나쁠 때면 전생의 악연들이 만났다고 서로 얘기할 정도이다.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하는 말도 우리들은 서로 상처입고 마음 상해 괴로워해야 했다. 부부간의, 고부간의 문제는 당사자들 이외에는 이해하기도 힘들고 말로 설명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어쨌튼 이상하게 기운이 막혀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내가 나에게 감정이 상하는 말을 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졌다. 평소 같으면 「경계구나!」하고 『심지는 원래 요란함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요란함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의 정을 세우자』하고는 마음대조를 하곤 했는데 오늘은 분명히 감정이 상하는 말을 했는데도 전혀 요란해지지 않았다.
 「이상하다? 저 정도의 强度를 지닌 말에는 늘 마음이 요란해져서 마음대조를 하곤 했는데…. 오늘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지네…. 전혀 경계라는 느낌이 없이 그대로 수용되어지네…』
 얼마후 이번에는 어머니가 감정나는 말을 하셨다. 그런데 역시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졌다. 분명히 저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감정이 나서 요란해지곤 했는데 오늘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졌다. 마음을 챙기거나 대조하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수용되어지는 것이 아닌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내 마음이 편안한 상태라서 그런가?」 마음을 살펴보니 특별히 편안하거나 기분이 좋은 것도 아닌 그저 평범한 상태였다.
 「챙기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되어져?」 그러고 보니 그 동안 어머니와 아내의 경계에 마음대조를 숱하게 했구나. 몇 번이나 했을까? 예전에도 경계마다 「도대체 이 경계의 근본이 무엇인가?」하고 마음을 대조하기는 했으나 일상수행의 요법 1, 2, 3조를 가지고 원문대로 대조하기 시작한지는 악 6개월 정도 되었구나. 하루에 평균 서너 차례 대조했으니 적게는 5백회에서 많게는 7백회 정도는 되겠구나」
 「…?」 그러고 보니 오늘 어머니와 아내의 경계가 저절로 수용되어진 것은 그동안 수백번 마음을 대조한 위력인가?
 장산종사님께 문답감정을 받아보니 『그 동안 마음을 대조하고 또 대조하고 챙기고 또 챙겨서 챙기지 아니해도 저절로 되어지는 경지에 도달한 것이야. 마음의 힘이 생긴 것이지』라고 감정을 내려주셨다.
 그렇구나! 저절로 되어졌구나! 수행품 1장을 찾아보았다. 「대조하고 또 대조하며 챙기고 또 챙겨서 필경은 챙기지 아니하여도 저절로 되어지는 경지에까지 도달하라 함이니라」 그렇구나! 그 동안 어머니와는 수십년간, 아내와는 10여년간 복잡미묘한 감정의 굴레에서 괴로워했는데 수백 번의 마음대조를 통하여 스스로를 제도할 수 있는 힘이 생겼구나!
 천도픔 27장을 찾아보았다. 「정성과 정성을 다하여 항상 심지가 요란하지 않게 하며, 항상 심지가 어리석지 않게 하며, 항상 심지가 그르지 않게 하고보면 그 힘으로 지옥중생이라도 천도할 능력이 생기나니…」 그렇구나! 일상수행의 요법 1, 2, 3조는 지옥중생이라도 천도할 능력이 생겨나는 힘을 얻는 위력이 갊아 있구나!
 부부갈등, 고부갈등이 있는 사람들에게 마음대조하는 방법을 알려줘서 1천번만 마음대조하면 분명히 효과가 나타난다고 가르쳐주고 싶다.
〈대전충남교구 공주교당 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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