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化中 교무

 요즈음 청소년들은 어떠한 날짜에 의미 부여하기를 좋아한다.
 남자 친구와 만난지 며칠째니 하며 날짜를 헤아리며 만나고, 연합고사나 학력고사 백일전에는 백일주를 마시거나 은반지를 끼거나 한다.
 어느날 우리 교당 여학생이 달력에다 무엇인가를 열심히 체크하고 있길레 물었더니 학생회원들의 생일을 체크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체크한 달력을 유심히 보니까 매달 14일이 공통적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 그 이유가 궁금해서 다시 물어 보니까 매달 14일은 다 까닭이 있는 날이란다.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발렌타인데이,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을 선물하는 화이트데이, 초콜릿이나 사탕을 받지 못한 사람끼리 짜장면 먹는 블랙데이, 장미꽃을 주는 로즈데이 등 심지어는 키스하는 날까지 있단다.
 평소에 발렌타인데이니 화이트데이니 하는 서양의 문화들을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던터라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지 고민이었다.
 그러다가 「지구촌 인성교육현장」이라는 기획기사에 발렌타인데이는 「사과하는 날」이란 기사를 보게 되었다.
 미국 워싱턴의 저먼타운초등학교 부속유치원에서 2월14일 발렌타인데이 때 특별행사가 열렸다.
 「사과하는 날」로 정해 친구에게 줄 선물을 각자 준비해 오도록해서 평소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던 친구가 있으면 선물을 주고 화해를 하도록 했는데 그 효과가 아주 좋았다는 기사였다.
 흐르는 세태를 아무런 생각없이 받아들이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그 문제가 누구의 몫인가를 생각해본다.
 사치나 허영을 부추기는 사회풍조 속에서 내용보다는 형식을 먼저 찾는다.
 청소년들이 어떠한 날짜에 의미를 부여하기 좋아한다는 것은 누군가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싶어하기 때문이 아닐까? 청소년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그들이 좋아하는 형식의 흐름속에 알찬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우리가 되자.
〈강원교구 춘천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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