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정산종사는 8·15해방후 건국과정을 관망하시다가 민족을 위한 충정에서 『건국론』을 저술하여 당시의 정치지도자들에게 호소하였다.
책머리에 밝힌 요지에는 「정신으로 근본을 심고 정치와 교육으로 줄기를 삼고 국방·건설·경제로서 가지와 잎을 삼고 진화의 도로써 그 결과를 얻어서 영원한 세상에 뿌리깊은 국력을 배양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정산종사는 스스로 표명하신대로 정치에 대한 훈련도 없고 어떤 정당에 관련도 없는 처지이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현실적 세상사에 초연해 있다고 볼 수 있는 종교지도자로서 건국의 방법에 대하여, 그것도 대체적 강령만이 아니라 정치·건설·경제·국방·복지·사회의 문제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밝히고 있다는 점은 매우 특이한 일이라 생각할 수 있다. 圓覺歌나 금강경해의를 통해 보여주신 진리의 소식과는 사뭇 다른 성격일 뿐아니라 그 구체성에 있어서도 국내외 정세에 깊은 관심과 식견이 없이는 언급키 어려운 일이라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대소유무의 이치에 통달한 원융무애한 지혜의 일단이며 성과 속을 아우르고 세간과 출세간을 한 살림으로 보는 대승적 경륜의 진면목을 살필 수 있겠다.

건국론은 당시 양식있는 정치 지도자들에게 크게 공감과 교훈을 주기도 했지만 성인의 가르침대로 실행되기에는 당시의 정국이 너무 많이 얽혀져 있었고 오랫동안 겹겹이 쌓여온 업장 또한 두터웠던 탓으로 외세의 작용과 정파의 갈등을 넘어서지 못한채 남북으로 나뉘어 비극의 반세기를 지나게 되었다.

그간 건국론은 단지 교단사의 한 간행물로써 전해 오다가 최근들어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들에 의해 간간이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되고 있는 것은 의미있고 다행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통일은 바로 건국사업의 연장선상에서 보아야 되고 민족의 미래를 보장할만한 통일 방안을 모색함에 있어서도 건국론은 새롭게 조명할만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건국론에서 밝힌 민족의 단결과 자립과 중도정치의 이념 등은 분단체제를 극복하여 남북이 함께 지향해갈 수 있는 중요한 가치라 할 수 있다. 건국론을 통해 통일의 길을 열고 삼동윤리의 정신으로 세계평화의 길을 제시한다면 정산종사의 가르침이 바로 민족과 인류의 복음이 될 것이다.

좌산종법사는 최근 북한 동포들의 상황을 매우 가슴 아파하며 「우리 모두 대해원과 대사면과 대화해와 대수용과 대협력과 대합의를 통해 7천만 겨레가 공생공영하는 민족 공동체를 이루도록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며 이를 통일대도라는 법문으로 밝혀 주었다. 이 통일대도의 정신을 바탕하고 건국론을 심도있게 조명하여 남북이 수용할 수 있고 합의할 수 있는 통일론을 마련하여 분단극복의 이념으로 제시한다면 통일문제를 풀어가는데 많은 보탬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정산종사탄생 100주년은 21세기가 열리는 서기 2000년이다. 건국론에 바탕한 새로운 통일 체제로 21세기를 시작한다면 대종사가 전망한 정신의 지도국·도덕의 부모국에 훨씬 가까워지는 일이 될 것이다.

김현(교무·교정원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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