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는 밤에 잠이 오지 않아서 걱정이다. 졸려서 잠옷을 갈아입고 이불 속에 들어가면 잠이 오지 않는다. 한시간 동안 뒤척거리다가 시계를 보고 다시 잠을 청하지만 며칠 전에 있었던 일들이 막 떠오르면서 잠을 잘 수가 없다. 머리가 아프고 피곤하여 낮에 잠을 자려고 해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 왜 눕기만 하면 머리가 더 명료해지는지 정말로 죽을 지경이다. 잠을 못 잘수록 자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 커진다. 정년퇴임을 한 후 생활의 리듬이 깨어지면서 잠을 못 자게 되었고, 이러한 불면을 술로 달래게 되었는데 2년이 지난 지금은 술의 양도 점차 늘어나고 수면제를 먹어도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친지의 소개로 내원하게 되었다”

평소의 수면양상에 대해서 수면일기를 써오게 하여 같이 분석하고, 알코올 중독과 불면에 대하여 약물 처방을 하면서 수면제한요법과 자극제어요법으로 다음과 같이 처방하여 수면에 대한 잘못된 습관을 교정하였다.

①잠자리에서 소비하는 시간을 실제 잠자는 시간까지 줄인다 ②졸릴 때에만 잠자리에 든다. ③처음 잠들 때나 수면중간에 깨어나 다시 자려고 할 때, 15~20분내에 잠이 오지 않으면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다시 졸음이 올 때만 다시 잠자리에 든다. 이를 밤 동안 필요한 만큼 반복한다. ④기상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⑤침실이나 잠자리에서는 수면이나 성생활 이외의 행위 혹은 활동을 하지 않는다. ⑥낮잠을 자지 않는다. 그와 더불어 낮 동안 소일거리를 만들어 활동하면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도록 하고(저녁 6시전에), 오후에는 카페인이 든 음료(커피, 홍차, 녹차 등)를 마시지 않으며, 저녁에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즉 낮에는 각성과 활동을 위주로 밤에는 휴식과 수면을 위주로 리듬을 찾아가게 하였다.

지금 환자는 술과 수면제의 복용이 현저히 줄어든 상태이다. 본 환자의 경우 살펴볼 점이 여럿 있지만 의사와 공부인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잠을 자기 위해서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이 약물을 복용해도 자지 못하는 정도로까지, 잠자리에 누워 뒤척이는 등 자려고 노력을 하면 할수록 잠을 자지 못하도록 잘 못된 수면습관이 형성된 것을 지적하고 싶다. 대종경 수행품 30장에 말씀하듯이 악한 일은 습관되기가 쉬운 것이다.

일시적인 스트레스에 의한 불면증은 대개 좋아진다. 그러나 불면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주간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면 반드시 수면장애클리닉에서 진료를 받을 것을 추천한다. 또한 아무 병원이고 가서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교무, 원광대병원 신경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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