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을 만들어
원기 100년 10월 10일 밤10시에 열어보기로 약속

지난 출가식에 참석하여 마음 든든하고 당당한 후배들의 모습을 보았다. 출가식날의 설레임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는데 나는 벌써 세 살이 되고 있다니….

‘노을이 아름다운 고장 부안’이라고 쓴 광고판을 보면서 들어선 부안에서 나는 첫 교화를 시작하였다. 나의 담당은 일반교화 보조와 학생회가 주 담당이다.

처음 맞이한 학생들은 수줍어했고 어떻게 만나야 하나 하다가 내 소개와 만나고 싶은 마음을 엽서로 보냈다. 그렇게 우리들의 만남이 이루어졌고 나의 교역생활은 시작되었다. 겨울에는 영산에서 신입생 환영 및 성지순례 훈련을 하고, 여름에는 소록도 봉사활동 훈련을 하였다. 훈련의 마지막 일정에 꼭 종법사님 배알을 하고 싶었지만 아직 우리들의 정성이 부족한지 여러 가지 일정을 잡아보아도 허락을 해주지 않았다.

지난 2000년 마지막날 우리들은 참회 기도와 함께 타임캡슐을 만들었다. 원기100년 10월 10일 밤 10시에 열어보기로 약속을 하며 자신에게 쓴 편지를 넣었다. 어느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더라도 그때는 꼭 만나자고 약속을 하면서 우리들은 재야의 종을 대법당 경종으로 울렸다. 핸드폰에 몇 일이 남았는가를 알리는 기능에 입력을 하고 점검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저 아이들의 가슴속에 꾸준히 이어지기를 염원하였다.
교화를 시작한지 몇 달이 흘러 학부모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열과 성을 다하는 것이 고맙다고 하면서 기도를 한다고….” 나는 가끔씩 그 편지를 읽어보곤 한다. 이렇게 나에게 힘을 합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음에 다시금 마음을 챙기게 된다.

지난 수능 10일 전부터는 새벽 1시를 넘겨서 잠들어야 했다. 시험이 다가오자 불안해 하는 한 학생에게 “무엇을 도와줄까”하고 물으니 자율학습이 11시 50분에 끝나니 밤 12시 넘어서 전화를 해달란다. 그렇게 몇 일을 통화하면서 잠시 야행성이 되기도 하였다. 야간 청소년 공부방이 있어서 공부를 하고 집에 갈때는 꼭 내 방 창문을 두드려 인사를 하고 갔던 학생이다. 이제는 스스로 마음의 제자라고 표현하며 편지를 보내 준다.

교당 정원에는 식목일에 기념식수로 심은 앵두나무 두 그루가 예쁘게 크고 있다. 그 나무가 커가듯이 우리 아이들이 무럭무럭 커주기를 바란다. 앵두 열매가 열리듯이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에 삶의 결실들이 주렁주렁 매달리기를 기도하며 벌써부터 그 앵두가 먹고 싶어진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 원기100년이 기다려지는 오늘이다.

<부안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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