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은은 일원상의 내역

신앙의 대상으로서 일원상이라는 표현이나 사은이라는 표현은 내용상에서는 같은 것이지만 표현은 다소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원상은 진리 당체를 중심으로 표현된 말이고 사은은 진리의 현상을 중심으로 표현된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왜 이 두가지 표현이 필요하게 되었는가? 원불교 신앙의 방법에는 진리 당체를 중심으로 하는 진리신앙이 있고, 현상을 중심으로 하는 사실신앙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두 신앙이 근본적으로 다르거나 떨어져 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다만 종교도 시대적인 산물이기 때문에 그 시대 중생들의 경향이 진리신앙으로 치우치면 사실신앙을 강조하고, 사실신앙에 치우치면 진리신앙을 강조하며, 인지가 발달된 시대에는 이를 아울러 나가도록 가르칩니다.

그러므로 일원상이라는 표현과 함께 사은이라는 표현을 쓰는것은 일원상의 실상이 바로 현실로 나타난 사은 즉 우주 만물이 모두 일원상 아님이 없음을 가르치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원상 신앙을 어떻게 하오리까”라고 묻는 제자의 말씀에 대종사는 “일원상을 신앙의 대상으로 하고 그 진리를 믿어 복락을 구하나니, 일원상의 내역을 말하자면 곧 우주 만유로서 천자 만물 공 법계가 다 부처 아님이 없나니라”고 하였다.

즉 사은은 일원상의 내역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내역이란 구체적인 내용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인지가 발달된 시대에 진리와 사실에 맞는 신앙으로 인도하기 위해 사은신앙을 밝힌 것이라고 봅니다.

또한 기도나 의식을 진행하면서 신앙의 대상을 호칭할 때 ‘법신불 사은’이라고 하는 것은 신앙의 대상에서 부터 바로 은혜를 느끼도록 하는데 큰 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없어서는 살수 없는 근본적인 은혜에 감사하고 보은하려는 마음을 한시도 잊지 않고 살아가도록 하신 것입니다.

일원상으로만 표현하면 진리가 우리에게 주는 큰 은혜를 간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신불 사은이라는 표현을 아울러 쓰면 표현자체에서 부터 은혜를 생각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즉 은혜를 느끼면서 그 위력과 광명을 향해 신앙을 하게 하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남궁 성 교무·교정원 총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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