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가 손자를 기르고 가르쳤다. 잘 기르고 가르친 손자가 훌쩍 커서 어느덧 대학 입시를 보았고, 수능에서 떨어져서는 골방에 밥도 안먹고 누워있다는 것이다.

골방에 누워있는 손자를 보며 답답해하는 할머니가 교무를 찾아와 어찌해야 할까를 물어왔다. 바로 방문하여 손자와 대화를 했다.

접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람, 말로만 듣던 원불교 성직자와의 직접적 대면…이것이 그 손자가 마음을 추스리는 시작이었을지도 몰랐다.

“이렇게 방안에만 있으면 갑갑하니 교당에 가서 피아노도 치고, 다른 사람들과 말동무도 하고, 또 공부하고 싶으면 공부할 길을 열어가 보자"라고 정중하게 말을 건넸다. 예의로 대답을 했겠지만 할머니의 권고와 마음의 잔상이 그를 교당으로 이끈 모양이다. 3일만에 교당을 찾아 왔다. 그리고 1년여 있으면서 청년회 활동도 하고 독학으로 대학도 들어가게 되었다. 이 손자는 “교당에 다니니 마음이 열리고 트인다"며 기뻐했다.

정복을 갖추어 입고 방문한 교무, 실의에 찼지만 그 앞에 무릎꿇고 앉아 자신을 찾아준 어른을 대하는 한 청소년. 산란한 마음이 절도있는 만남을 통해 스스로 정리되기 시작했으리라. 그리고 절망에 젖어 있는 사람에게 하나의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은 먼저 찾아가 주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리라.

새학년·새학기가 시작된다.

학교에 무난히 들어간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하는데 따른 노력이 필요할 것이고, 또 뜻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은 좌절속에 힘들어 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자기의 속 마음이 확 트일 수 있는 지도인을 만나 지도받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욱이 방황하기 쉬운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스승을 잘 만나는 일은 인생의 방향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다. 신학기에 많은 청소년들이 교당을 찾아 진리에 맥을 대고 바른 길 찾아 나아가기를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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